주인공 그래함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내의 죽음에 관한 오래된 기억이다. 성직자로 살아온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 준 사건. 이후 그는 믿음을 버리고 회의론자가 되어 살아왔다. 그에게는 엄마를 잃고 천식으로 고통받는 아들과, 이상한 강박증을 가진 어린 딸이 있다. 또한 왕년에 무식한 홈런왕으로 악명을 떨쳤던 그래함의 동생도. 미스터리 서클의 출현과 함께 외계 생명체의 침략이 다가오는 동안 관객은 그래함 가족의 일상을 보게 된다.
각 캐릭터 마다 간직한 스토리들이 확실해서 입체감이 느껴지는 튼실한 드라마를 보여 줌과 동시에, 점점 다가오는 위험의 서스펜스가 긴장의 끈을 조여 온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징후를 보여주는데, 하나는 외계인의 방문과 관련된, 비교적 그 의미를 알기 쉬운 징후. 나머지 하나는 일상 속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겼던 숨겨진 징후들이다. 전자는 타인에 의해 이미 예정된 것이므로 벌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후자는 각각의 캐릭터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몸에 지닌 채 살아간다는 점에서 운명적이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외적인 힘에 의해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역사임을 은유한다. 그 사건 속을 살아가는 개인들은 저마다 의미와 역할을 지니고 있음을, 각자가 부여받은 특성(운명)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즉, 갑자기 닥쳐오는 역사의 비극적 사건들 속에서도(아내의 죽음도 개인의 역사로서 기억되어진다), 각각의 인간 존재들은 결국 서로를 위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성원이라는 점을 영화는 보여주며, 상처의 치유와 희망을 이야기 한다. 신기한 점은 비극적 역사 속에서 죽음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들고, 상처를 치유하는 이 영화가 9.11 테러가 있기 얼마전에 구상됐다는 점이다. 감독은 전작인 언브레이커블의 촬영장에서 처음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하는데, 이것도 역시 하나의 운명적 징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