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침몰 사건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작품 의뢰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서스펜스가 넘치는 재난 영화적 소재다. 그것을 이루어질 수 없었던 가슴 저미는 로맨스와 결합시킨 것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다. 따라서 총 상영시간 195분 동안 영화 안에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플롯이 전개된다.
1. 타이타닉의 출항과 침몰에 따른 재난 영화적인 전개.
2. 잭과 로즈의 애절한 로맨스 전개.
이것들은 단순히 메인-서브플롯이 아닌 각각의 내러티브로 존재하는 독특한 구조다.
왜냐. 재난영화는 내면적인 갈등이 아닌 외적인 액션-사건발생에 중점을 두는 플롯이다. 반면 로맨스 영화는 인물의 내면 갈등을 부각시키는 플롯이다. 이 두 가지를 깊이 파고들다 보니 그만큼 상영시간도 길어진 것이 아닐까? 그에 맞춰 영화 안에는 권위의 조롱과 일탈, 라이벌, 모험, 변신, 추적 등의 다양한 오락적 요소들까지 존재한다.
전체적인 시놉시스를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타이타닉이 침몰한 대서양 한가운데서는 거대한 탐사작업이 진행 중이다. 해저로 내려간 잠수함이 오랜 세월 바다 깊이 잠들어 있는 타이타닉을 비추고. 무인탐사 로봇이 선실 내부를 수색하며 금고 하나를 찾아낸다. 드디어 보물을 발견했다며 기쁨에 빠진 탐사팀. 그러나 금고 안에서 나온 것은 보석이 아닌 한 장의 그림이다. 이후 TV에서는 타이타닉 탐사 소식을 전해주며 금고에서 발견된 그림을 보여준다. 이것을 보게 되는 노년의 로즈. 손녀와 함께 탐사선이 있는 대서양으로 향한 그녀는 자신이 그림 속의 주인공임을 밝힌다. 타이타닉에 승선했던 시간들 속에서 잭과의 사랑이 담긴 그림인 것이다. 그녀가 탐사대원들 앞에서 과거의 회상을 시작하면 드디어 이야기의 막이 오른다.
1912년 4월 10일.
영국 샤우스팸프톤 항에서 뉴욕을 목적지로 타이타닉 호가 처녀항해를 시작하려는 순간. 당시 17세였던 로즈(케이트 윈슬렛)는 약혼자인 카알 헉슬리라는 대부호와 함께 승선한다. 모두들 꿈의 배라 불렀던 타이타닉. 하지만 배에 오르는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족쇄를 채우는 노예선이라 느끼며 절망과 공허감에 빠진다. 상류층의 딸이었지만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세울 목적으로 사랑하지도 않는 카알과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선 가난한 화가 지망생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친구와 함께 도박판에서 딴 3등실 표를 들고 출항하려는 타이타닉에 뛰어오른다.
가식적이고 숨 막히는 상류사회의 예절과 규율들. 로즈는 원하지 않았던 상황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배의 맨 뒤 난간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마치 운명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것처럼. 하지만 우연히 이것을 목격한 잭이 그녀를 구출하고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된다. 자신의 약혼자를 구해준 보답으로 잭을 만찬에 초대하는 카알. 그러나 그는 하류층인 잭을 경멸하고 있다. 로즈에게 약혼 선물로 "대양의 심장"이라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네주는 카알. 모든 것에 계산적으로 다가서는 물질적인 카알과는 달리 미술에 관심 있던 로즈는 잭의 그림을 통해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상류층 만찬에서 잭은 자신을 비꼬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대처하며 로즈에게 몰래 만나자는 쪽지를 건넨다. 잭과 함께 3등석 승객들의 파티에 참여한 로즈. 그곳에서 격식 없는 자유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카알은 자신의 시종을 시켜 두 사람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상류사회의 족쇄를 집어던지고 자신과 함께 하자며 로즈를 설득하는 잭. 그러나 그녀는 이를 거절한다. 잭의 제안을 거절하고 돌아서는 로즈. 하지만 그녀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잠시 후 마음을 바꿔 잭을 찾아가는 로즈. 잭은 배의 맨 앞 난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불확실한 운명과 가난은 어쩌면 자신 앞의 바다처럼 막막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잭에게 다가오는 로즈. 배의 난간에 올라선 두 사람은 바람을 헤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대양의 심장"을 목에 걸고 잭에게 자신의 누드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로즈. 그림이 완성되자 두 사람을 찾던 카알의 시종이 나타난다. 이를 피해 도망치는 잭과 로즈. 시종의 추적을 따돌린 두 사람은 짐칸에 실린 차 안에서 감미로운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이때. 선주의 무리한 욕심으로 전속력 항해 중이던 타이타닉은 갑자기 나타난 빙산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부딪히게 된다.
잭은 카알에 의해 도둑으로 몰려 기둥에 손이 묶여지고 선실에 감금된다. 그 사이 서서히 침몰이 진행되는 타이타닉. 승무원들은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기 시작한다. 구명보트가 승객 수보다 모자른 것이다. 보트엔 일단 여자와 아이들부터 태우기 시작하지만 살기위한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공포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 이때 배의 악사들은 승객들이 다가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묵묵히 찬송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한편에선 미처 빠져나가지 못했던 3등 칸의 가족과 노부부가 함께 침대에 누워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선장 또한 끝까지 배의 키를 잡고 운명을 함께하는 등 저마다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모습들도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침몰하던 타이타닉은 두 동강이 나며 완전히 가라앉게 되고, 잭과 로즈도 물에 빠진 채 구조를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물의 수온이 너무 차가워 수많은 사람들이 동사하기 시작한다. 떠있던 배의 널빤지에 로즈를 태우고 곁을 지키던 잭도 결국 그녀가 꼭 살아남아 행복해지길 바라며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난 후 가까스로 구조된 로즈. 그녀는 자신을 찾는 카알을 피해 숨는다. 카알은 그녀가 죽었으리라 단념하고 돌아서고. 로즈는 (부인이 남편이 성을 따르듯이)자신의 성을 죽은 잭의 성으로 바꾸며 회상이 끝난다.
에필로그
타이타닉과 잭이 잠들어있는 대서양 위에서 노년의 로즈는 그동안 간직해 왔던 대양의 심장을 바다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날 밤. 로즈는 꿈속에서 화려했던 타이타닉 안으로 돌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잭과 재회한다.
구조분석
이러한 내용을 3막 구조로 나누어 볼 경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유형의 분류가 가능하다.
1. 재난영화 플롯
프롤로그 (시작~21분 지점)
1막 (24분~27분 지점-주요 인물들의 승선과 출항)
*21분 25초 지점은 타이타닉이 출항하며 중심사건의 발단이 되는 플롯 포인트 1.
2막 (28분~153분 지점-타이타닉의 풍경과 인물들)
*98분 지점은 순조롭게 항해하던 타이타닉이 무리한 운행을 결정함으로써 앞으로의 상황을 비극적으로 전환시키는 원인. 즉 터닝 포인트이다. (스토리상) 이 부분에서 선주가 욕심만 안 부렸어도 잘나가던 배가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다.
*153분 지점은 플롯 포인트 2로서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정해졌다.
3막 (153분~183분 지점-회상이 끝나는 지점까지)
에필로그 (185분~187분 지점)
2. 로맨스 플롯
1막
*시작~
*15분 지점: 노년의 로즈가 자신의 누드화를 보며 잭의 얼굴을 잠깐 떠올리는 (본격적인 회상 전의)전조적 발단.
*36분 지점: 로즈와 잭의 만남이 처음 이루어지는 상황으로서 중심 사건의 두 번째 전조적 발단.
*38분 지점: 잭이 로즈를 구해주고 카알의 식사 초대에 응하면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형성. 플롯 포인트 1.
2막(46분 지점~139분 지점)
*80분 지점: 로즈가 마음을 바꿔 잭과 운명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는 부분으로서 극적인 전환및 정서적 상승이 이루어지는 터닝 포인트.
*139분 지점: 잭을 남겨두고 먼저 보트에 오른 로즈가 다시 배로 뛰어 올라 잭의 곁으로 간다. 두 사람이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플롯 포인트 2.
3막(140분 지점~178분)
잭의 죽음과 그를 기억하며 남겨진 로즈.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연민과 공포를 통해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타이타닉의 재난 영화 플롯 안엔 이러한 요소가 가득하다. 등장인물들의 수난과 고통들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는 한편. 몰입된 극중에서 재난의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또한 잭과 로즈의 아름다운 사랑과 호화찬란한 선상의 배경이 질투와 선망을 유발시켜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선남선녀의 드라마틱한 사랑을 통해 동경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은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관객들의 질투를 유발시킨다.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질투의 심리를 해소시키는 것이다. 편집이나 영상미 등에서도 배울 것이 많은데 배가 침몰해가는 부분에서는 스릴러나 액션 장르에서 많이 쓰이는 교차편집을 통해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극작법으로서나 연출로서나 또는 흥행으로서나. 과연 20세기 말의 훌륭한 걸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장르 드라마/멜로/애정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95분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