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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newstrend report

강남스타일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풍자하나

싸이의 신곡 강남스타일이 연일 화제다. 강남스타일의 흥행요소와 강남이라는 지역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싸이 강남스타일, 키치적인 흥행요소

우선 강남스타일의 흥행에 크게 기여한 것은 한류와 인터넷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한류를 통해 가요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싸이의 신곡 뮤직비디오는 국경을 넘어 유튜브 월간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캡처) 싸이 강남스타일, 유튜브 월간차트 1위 모습 ⓒYG ENTERTAINMENT

하지만 콘텐츠가 지닌 매력이 없다면 세계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을 터. CNN, LA타임스, 타임지 등 외신들까지 주목하게 만든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서구의 대중흥행 요소로 자리 잡은 키치적인 코믹-풍자 코드를 가지고 있다.

1860년대 서구에서 그림을 거래하는 화상들에 의해 하찮은 예술이라는 뜻의 속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키치는, 20세기 초반 대량생산과 소비의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일종의 미학적인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쉽게 복제되고 대량으로 유통되는 이미지와 더불어 대중적으로 익숙한 유행들을 만들어 온 것이다. 요즘 거리 곳곳에 들어선 커피전문점들 역시 키치 문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자료) 한국사회에 퍼진 커피전문점 로고들  ⓒ 탐앤탐스, 베네, 스타벅스

오늘날 문화에서 키치적인 연출은 카페나 클럽 등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잡지, 만화, CF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연출이나 앵글로 이뤄졌지만 느낌만큼은 어딘가 세련된 광고나 사진 또는 아예 작정하고 촌스러움을 연출한 이미지 등이 바로 키치다.

복고풍이라고도 하고 촌스러움의 미학이라고도 하는 키치란 예를 들어 버스나 지하철에 게시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편강탕광고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 커트 코베인(좌) 크라잉 넛(우)

팝 음악을 예로 들면 커트 코베인의 너바나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씬 역시 70년대 펑크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점에서 키치의 한 종류이며 가요계에서는 과거 삐삐밴드나 황신혜 밴드, 크라잉 넛 등이 한국 대중문화의 포스트모던과 키치스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역시 키치로 치장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독특한 재미를 주는 코믹한 연출은 현실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전복과 일탈의 쾌감으로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 만화로 치면 엘리트 건달류의 그런 코믹이다.

강남스타일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강남스타일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강남역 일대에서 상인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왔다.

사진) 강남역에서 상인과 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강남스타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내 맘대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 노는 것, 주변에 갈만한 편의시설이 많은 것 등 답변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돈이 많아 윤택한 이미지, 자본으로 본인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밖에 가장 많았던 답변은 잘 모르겠다였다. 강남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이나 직장인들의 경우 실제로 강남스타일이 뭐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강남스타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선 강남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강남이란 한국사회에 대한 비유이자 상징이라고 지적한다.

사진) 강준만 교수 ⓒ 경향신문

그는 2006년 출간한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이 보릿고개에서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달려왔듯이, 강남은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달려왔다. 전자의 달리기는 피땀으로 이룬 반면, 후자의 달리기는 일확천금의 투기 광풍이 아니었느냐는 반문도 가능할 것이나, 적나라한 욕망의 대질주라고 하는 본질에 있어선 다를 게 없다.”

생각해 보면 열심히 달려가는 말을 소재로 춤을 추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역시, 개발과 성장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려온 현재의 대한민국을 그대로 반영하고 풍자한 것일지 모른다.

ⓒYG ENTERTAINMENT

싸이의 강남스타일, 한국사회 욕망에 대한 풍자

강준만 교수에 따르면 강남이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 집약된,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국가의 현재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강남은 한국 자본주의의 농축된 형태라는 시사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강남은 단순한 지역 명을 넘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욕망의 코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이 아닌 지방의 조그만 읍내에서도 강남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다소 안 어울리는 상호를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어떨까?

ⓒYG ENTERTAINMENT

놀이터에서 이국적인 해변 휴양지를 꿈꾸거나 쓰레기 더미가 불어 닥치는 광풍 속에서도 매끈한 미녀들과 함께 폼을 잡는 식으로 연출된 장면들을 보자. 이런 모습들은 현실이야 어찌됐건 우리가 꿈꾸는 부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식으로 구성돼 있다. 현실은 완전히 무시한 채 화려함만 추구하는 모습이다
. 생각해 보면 이것은 현재 경제상황이 악화돼 있는 대부분 자본주의 국가들과 접점을 가지고 있다. 소비문화가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은 멋지고 화려한 것이 좋긴 한데, 현실은 갈수록 추락해 가는 상황은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데 나는 뭘 좀 아는 놈'이라는 가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일확천금 또는 사기나 기만 등 잘못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면, 강남스타일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일종의 병리현상을 일컫는 명칭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