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의 개봉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 뒷북도 이런 뒷북이 있을까? “슈퍼사이즈 미” 개봉한지 한참 후에 또 햄버거 까는 영화라니.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도대체 왜, 단순한 음식 비판처럼 인지된 것일까. 앞서 개봉한 슈퍼사이즈 미가 너무 엽기적이라 인상이 깊게 남긴 했던가 보다. 어쨌든, 이 영화는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극악한 거대 자본주의 실체를 파헤치며, 반자본주의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다. 또한 패스트푸드 기업이야 말로 다국적이라는 세계화, 미국 경제의 제국주의적 초상이 아닌가.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처한 자본주의의 문제 - 불평등한 재산과 계급, 그로인해 생겨난 비인간적이며 고통스런 사회구조를 패스트푸드라는 키워드를 통해 신랄하게 까발리는 영화다.

처음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화학물질로 맛을 포장하는 햄버거. 우리가 “값싸고 질 좋은”거라 여겼던 훌륭한, 그 먹음직스러운 이미지가 사실은 거짓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것은 앞으로 비판하게 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하나의 비유라 할 수 있겠다. 영화의 초반에 난데없이 국경을 넘는 맥시코인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나? 그들은 믿고 오는 것이다. 찬란한 아메리칸 드림을. 오, 부자의 꿈이여! 하지만 영화 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착취만 당할 뿐. 그들의 육체와 희망은 도살장의 소처럼 갈기갈기 찢겨진다. 그런데도 값싸고 질 좋은 고기,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햄버거 고기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어 영업 부사장이란 사람이 직접 현지 조사를 나서게 될 줄이야. 사실 이 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발생해온 문제다.

버거 속의 고기가 단순히 대장균, 식중독 위험만 내포한 것이 아닌,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각종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해 온 사례가 책 한 권 분량이 넘는다. 그때마다 공장의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이 비위생적인 생산라인이다. 소똥이 묻은 작업대는 물론이며 그 위에 갈겨지는 소와 인간(?)의 오줌, 침, 피와 파리 떼들...이런 것들이 그동안 깔끔하고 산뜻한 매장 분위기에 가려져 은폐(?)돼 왔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패스트푸드의 화려한 겉 포장(바로 위 사진)에서 도살장의 모습(이전 사진-이주 노동자가 공장 관리자에게 '지적'받는 내용은 돈이라는 가치를 우선시 하는 자본주의의 실체를 반영한다)은 연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산률 떨어지도록 느리고 정교하게 작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미친듯이 돈을 긇어모으는 것이 기업가의 목표니까. 자고로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이 제일 나쁘다고,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는 것을 유해한 성분들로 채우고 있다는 사실. 만드는 본인들은 먹고 있을까? 영화 중반 식당에서 등장하는 해리 또한 먹기 시작하는 햄버거는 사실 다른 회사의 제품이며, 소똥과 도살장 이야기가 나오자 입맛을 잃은 듯 내려놓는다. 게다가 그런 ‘정크푸드’를 맛있게 씹어 삼킨 자기 자신의 무지에 대한 방어기제인지, 교통사고 확률을 운운하며 세상에 완벽한 안전은 없다는 극언까지 서슴치 않으니. 과연 “비오는 날 골프 치다 벼락 맞을 확률이 광우병 걸릴 확률보다 높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했었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어쨌거나 이런 것 자체가 인간을 희생시켜 자본을 축적하는 가진자들의 악랄함이 아닌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돈 앞에 무력해 진다. 멕시코의 이주노동자들도, 패스트푸드점의 알바들도, 왕년에 저항하다가 트레일러 신세로 전락한 진보적인 삼촌도, 그 삼촌에게 조소를 날리는 파트타임 비정규직 엄마도. 모두 다 부자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인간을 착취하는 사회의 희생자가 되어 산다. 자본 앞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존재. 과연 우리는 무얼해야 할까. 그래도 끊임없는 행동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 가진 자들의 제국, 패스트푸드 네이션이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힘이 모여 결국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꿀 것이다...” - 영화 속 대사 (헐리웃 대표적 좌파 영화배우인 에단 호크의 극 중 대사)
각각의 손가락은 약하고 힘이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다함께 하나로 모일 때, 주먹이 된다.
불평등을 깨부수고 세상을 바꿀 힘이 된다. - 맑스 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