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은 주위 사람들은 꿈이 있습니까? 누군가 말했죠.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고요. 그런데, 슬프게도 이 나라에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짓밟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기에 대해서입니다. 얼마 전 이명박은 TV에 나와서 ‘위기는 없다, 다만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라는 수준급의 언어유희를 펼쳤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언어유희는 지난 대선에서도 빛을 발했지요. 여대생 패널이 질문했던 이명박의 등록금 반값 공약도 사실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공약에서 심리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킨 것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분위기는 한나라당이 띄웠었죠. 이명박은 그런 식으로 진솔한 대화는커녕 거의 교묘한 변명과 둘러대기만 하다가 들어갔습니다.
아마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란 사실을 외치고 싶은 욕구가 강했을 겁니다. 역대 최저의 선거율로 간신히 당선 되고 나자 국민의 절대 과반수가 ‘이명박 반대' 정서를 형성하였고, 수백만 인파가 청와대 근방까지 몰려가서 밤새도록 물러나라고 소리친 것이 불과 몇 달 전. 더군다나 지금도 외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추측컨대 그는 아마도 프로그램 이름을 ‘대통령과의 대화’로 희망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토론 이후 밝혀진 청와대의 이러저러한 요구 또한 방송 독립성을 회손하려는 압력 수준으로 작용했겠지요. 참, 이거 일 년도 안돼서 이렇게까지 막나가도 되는 겁니까. 이명박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를 반증하는 것이 지난 9일 밤 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방송 도중 자신의 심리를 무의식적으로 나타내는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 행동을 말해볼까요? 첫 째로, 그는 시사인 뉴스팀장이 강만수의 경제정책을 꼬집자 매우 당황한 듯 연신 코와 눈가를 손으로 만졌습니다. 대화 도중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약점이나 나약한 부분을 숨기고 싶은 심리의 표현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TV 기자회견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거짓말을 하면서 연신 코와 턱을 만져댔죠. 결국엔 대통령직에서 몰러났습니다. 이처럼 숨기고 싶은 약점일수록 무의식중에 드러나게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9일 밤 생방송 중 이명박이 보여준 몸짓은 그 스스로가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것에 굉장히 자신이 없고 불안한 상태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경제 문제는 쇠고기 사태 이후 이명박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며, 사태가 악화될 경우 제 2의 촛불이 일어날 확률도 배제할 수 없을 겁니다. 마침 촛불과 관련된 이명박의 반응을 이야기 하게 되는군요. 그것이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행동입니다. 변명과 위기 모면식의 대화가 중반을 넘어섰을 때, 이명박에게 복병이 나타납니다. (노조위원장의 질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촛불집회에 대한 질문을 던진 여대생에게 보여준 이명박의 반응, 즉 두 번이나 주먹을 쥐고 들어 보이는 과장되면서도 위협적인 행동 말입니다. 그런 행동과 함께 협박하는 것이냐는 적대적인 물음이,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반증입니다. 대화 도중 긴장하는 사람은 주먹을 쥐게 됩니다. 또한 갑자기 적대적인 멘트를 날리는 것은 나약함을 감추고 위협적인 존재에 대한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인데, 더군다나 그는 웃고 있었죠. 이 웃음 또한 곤란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난처한 속을 감추려는 심리입니다.
이렇게 이명박은 제 2의 촛불에 대한 언급에 크게 난처하고 긴장하여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얼핏 보더라도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동작으로 오버액션을 취하더군요. 정작 이명박 자신은 그것을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소싯적 데모 이야기와 함께 주먹을 흔들면서 실수를 감추려 했지만, 두 차례 주먹을 쥔 행위 중 첫 번째 행위는 그가 내뱉는 단어와는 하등 상관이 없었지요. 즉, 경제적 실책으로 인한 제 2의 촛불이 들고 일어날 경우, 그에겐 치명적인 사태가 닥칠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분석은, 물론 심리학 전공자가 아닌 본인이 가볍게 알고 있는 지식으로 판단하는 것이라서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자, 그런데 중요한 이야기는 처음에 제가 물었던, 꿈에 대한 질문입니다. 얼마 전 등록금 때문에 자살한 대학생은 물론,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다 자살한 유명 연예인(故 안재환님)까지. 저는 사람들이 자꾸만 자살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꿈, 즉 희망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거든요. 참고로 우리 대한민국은 사망원인 4위가 자살이라죠. 참세상 보도에도 나왔지만 2007년 한해 자살자 1만 2174명. 하루 평균 33.3명 자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 5년 연속 1위….
물가는 오르고 실업자는 증가하여 청년 실업만 100만 이상(사실 저는 이미 오래전에 청년 실업이 100만이 넘었다고 짐작하고 있습니다만). 치솟던 사교육비는 이명박의 사교육 완화와 국제중 설립 등 이해하기 힘든 서민말살 정책들로, 이제 생활비를 전부 투자해도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든 가정이 생겨났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빈곤한 서민들의 삶은 IMF 이전까지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해 뜰 날 있겠지, 아님 내 자식들이라도...라는 희망이 IMF 이후로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정말 우려스러운 지경이 아닌가 싶네요. 희망이 없는 가난. 바로 이전의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겼었던 가난과는 다른 ‘신빈곤’ 상황입니다. 심화되는 양극화와 가난에 대한 편견은 계층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여 패배의식을 자리잡게 만듭니다. 이미 우리나라엔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인한 구직 포기자는 물론, 노동 현장의 차별적인 대우와 착취로 인해, 아직은 소수이지만 노동을 거부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긴 아무리 일을 해봐도 가난은 여전히 그대로인 근로빈곤 현상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하니 말이죠. 일례로 대한민국의 건설현장 임금 상승률은 10년 간 제자리입니다. 거기에 신용불량까지. 이미 청년 노숙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집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살아가는 국민들도 많이 있답니다. 오죽하면 요즘 청소년들까지 열 명 중 여섯 명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하겠습니까. 이미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중 두 번째가 자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마당에 이명박이 실천하는 시장자유주의, 가진 자들의 배를 불려주는 친 자본정책, 학생을 혹사시키는 교육정책 등은 생활고의 증가와 함께 결국 절대 다수의 원망과 분노 아니, 증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과연, 또 다시 제 2의 촛불이 일어날까요?
그런데 이명박은 이미 지난 몇 달 간 촛불들을 몽둥이와 방패로 찍어 내리고 군화발로 짓밟았죠. 정작 그가 짓밟은 것은 사람들, 우리 이웃들의 선량함과 순수함이었으며 희망이자 꿈이었습니다. 주권자의 말을 머슴이 들어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 그런데 머슴은 귀에 뭘 박았는지. 일본말로 해야 알아듣는지. 오래도록 집회가 이어지던 5월 25일 새벽, 경찰들이 비무장 시민들을 구타하고 연행한 사건이 시발이 되어 사람들은 결국 분노로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더 큰 폭력과 물대포로 응답했으며, 나이와 성별을 불문한 시민들 2,500명 이상이 무장한 경찰의 폭력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대책회의 추산). 실명 위기에 신체 절단에...그러면서도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이명박에게 물러가라고 외치면서 전경들과 대치했고, 억압의 상징인 닭장차를 끌어냈으며, 물대포를 맞으며 몸싸움 벌이다가 비폭력적인 시위와 대화 시도는 물론, 최소한의 물리적 저항은 통하지도 않는 소모전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수가 숨죽인 채 이명박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 고요가, 폭풍전야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뿐입니까?
오늘, 대한민국의 경제는 미국 때문에 또 한 번 ‘휘청’했습니다. 이명박에겐 어쩌면 좋은 핑계거리일까요? 그런데, 방송을 보면서 정말 황당했던 것은 전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었습니다. 솔직히 경제가 아직도 어려운 국가는 몇 몇 일 뿐, 전 세계는 아니잖아요? 언어유희의 달인이라 괜찮다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