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확대와 소득평등으로 경제위기 대처해야
김용욱 기자 batblue@jinbo.net / 2008년10월14일 18시48분
서울대 유일의 맑스경제학 전공교수였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에 대해 맑스 경제학을 통해 비판했다. 김수행 교수는 13일 열린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주최로 열린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경제' 강연에서 현 금융위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의 강의는 금융화의 위기가 가져온 공황과 그 이후 세계에 대한 견해로 이어졌다.
김수행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에 대해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특색으로 금융 활동이 산업 활동보다 엄청 커져 전체적으로 보면 이윤율이 올라갈 턱이 없다”면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지 않고 재산의 재분배만 일어나는 식으로 가면 빈익빈 부익부만 되는데, 이것을 부자들은 경제 발전이라 생각하게 되는 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행 교수는 “금융으로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 활동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쉽게 말하면 사기고 두 번째 말하면 투기고. 세 번째 하면 은행엘리트나 금융엘리트 들이 다른 사람의 재산을 빼가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김 교수는 생산 활동이나 산업 활동보다도 금융활동으로 더 높은 이윤율을 얻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수행 교수는 “GM, 포드, GE 같은 거대 기업이 생산으로 돈 벌 생각은 안하고 모두 주식사고 채권사고, 자기 돈 꿔줘서 그렇게 간 것”이라며 “그래서 실업이 늘고, 노동자들의 인금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런 식으로 산업이 죽으면서 금융만 자꾸 컸다”고 진단했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직장을 얻어서 봉급을 받으면 그 사람은 새로운 가치와 부를 창조한다고 하지만 맑스 경제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수행 교수는 “실제 생산물을 만들어내고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이런 생산부문과 산업부문에서 뭐를 실제로 하는 사람들이 부를 생산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세계경기는 산업생산이며, 제조업 생산이 얼마나 늘어나고 고용, 임금이 얼마나 늘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금융엘리트들이 부익부 빈익빈이 될수록 부자가 더 부자가 되려고 더 열심히 일해 경제성장이 잘 일어난다고 했지만, 이런 것을 무당 경제학이라 부른다. 그렇게 계속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가. 거기에 책임져야 한다. 미국이 그런 문제가 매우 심각해졌다.”
미국, 국내 시장키워 서민 살리고 사회보장제도 확충해야
미국이 현재 위기를 넘길 방법도 명쾌하게 알려줬다. 김수행 교수는 미국 경제에 대해 “무역수지는 늘 적자였고 전쟁 치른다고 사람을 죽이면서 재정적자를 그렇게 냈다. 그 돈은 전부 외국에 있는 투자자들이 전부 미국의 주식을 사서 돈이 흘러들어가서 그런 거다. 미국은 옛날에는 대외적으로 순 채권국이었는데 10년 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채무국이 되었다. 두 번째는 미국 민간의 소비가 지탱되어서 왔는데 그 소비가 개인들의 빚이다. 모기지 대출, 소비자 금융, 카드 금융 등 빚으로 살아온 나라”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김수행 교수의 해법은 일면 낯익지만 현 세계질서의 주류에게는 낯설은 해법이다. “미국은 국내시장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빈부격차를 늘이면 국내 시장이 개발 안 된다. 서민이 먹고 살아야 물건을 살 것 아닌가? 국내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 산업 육성정책을 써야 하고 두 번째는 사회보장 제도를 확충 개선해야 한다. 깡패자본주의를 해서는 국내수요가 늘지 않는다. 실업자가 많이 나면 실업수당을 많이 줘야하고. 실업자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교육을 시키고 정부가 여러 가지 사업을 만들어서 그 사업에 고용을 시켜야한다. 이래야 국내시장이 늘어난다. 미국은 국내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계속 빚으로 살아야 한다”
이어 김수행 교수는 루즈벨트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루즈벨트는 미국 자본주의를 완전히 고치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 이전의 대통령이나 재무부 장관은 시장에 맡기고 기다리자 했지만 루즈벨트는 기다리지 않고 도로도 만들고 댐도 만들고 농업지원도 해주고 야단이 났다. 루즈벨트가 한 주에 한 번씩 ‘국민대통령 루즈벨트입니다’라는 라디오를 했는데 이 양반은 가난한 사람을 살려주는 정책을 하려고 해서 국민이 모인거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늘상 부자를 잘 살게 해야 한다. 그러니 누가 그 라디오를 듣겠는가?”
한국도 소득분배의 평등을 이뤄야 시장 형성
김수행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미국에 낸 것과 비슷한 대안을 냈다. “국내시장을 넓히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 경제 정책을 확 바꿔야 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해서 소득을 분배하고, 남이 어렵다면 불쌍히 여기는 연대주의가 나타나야 한다. 또한 남북 간에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해야 한다.”
국내시장을 넓혀야 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수출로는 살아 남을 수가 없다는 이유다.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임금을 깎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국내시장이 죽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 대공황이 오고 있는데 수출로 살 생각을 말고 국내 시장을 만들고 소득분배의 평등을 이뤄야 시장이 만들어진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이 어디서 나올 것인가? 정부가 취업기회를 주고 취직을 시켜주고 실업수당도 많이 줘야 한다. 그래야 구매력이 생겨서 국내시장이 형성되고 국내에서 물건 파는 회사가 일어난다. 큰 정책적인 전환이 특별히 필요하다.” 또한 김수행 교수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 때는 부자들이 돈을 내 놔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수행 교수는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려고 하는 한미 FTA는 결코 비준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김 교수는 “한미 fta는 단순히 관세를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깡패자본주의 모델을 따라가자는 것”이라며 “한국이 FTA를 통해 어떤 사회로 갈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미 FTA로는 지금과 같은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회에 앞서 필요한 평등주의와 연대주의
김수행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안적인 새로운 사회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경로를 참가자 질의 등을 통해 대답했다. 김수행 교수는 스웨덴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복지국가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사회보장제도와 복지국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1933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빼고는 사회민주당이 계속 집권했는데 다른 부르주아 정당들은 빈부격차를 넓히자 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올려 비정규직을 내고, 실업수당을 적게 주고, 해고를 맘대로 하자고 하는데 사회민주당이 그렇게 안하겠다하면서 국민들이 그 당을 찍어 줬다”
김 교수는 또 깡패자본주의의 모순을 넘어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수행 교수는 “새로운 사회는 맑스가 이야기 했듯이 계급이 없는 사회다. 모든 사람이 협동하고 모든 재산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노동하는 이런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데 문제는 그런 사회에 직통으로 갈 수 있느냐다”
그렇다면 김수행 교수가 얘기하는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미 오랫동안 진보세력이 얘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수행 교수는 엄청나게 큰 사상적인 공감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걸 가기위해서는 우리가 평등주의라 하는 것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큰 사상적인 것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가장 큰 문제가 모든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 하려고 한다. 공동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그런 생각이 없다. 그런 식으로 평등주의라든지 연대주의라는 것이 생산수단의 공유나 사회화라든지 그런 거에 앞서서 이루어져야한다. 이런 것이 안 되면 그길로 못 간다.”
그래서 김수행 교수는 “조그만 것부터 가능한 것을 바꿔가면서 연대의식이 늘고 힘이 커지고 조금 더 큰 목표를 향해서 만들어가고 이런 노력이 우리에게 크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맑스가 말한 혁명적 실천이라고 밝혔다. “혁명은 갑자기 낯선 것을 가져와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옆에 있으면서 행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그걸 자꾸 확대해 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실은 나는 스웨덴 사민주의에 공감하는 바가 크고, 그것은 자본주의적인 사적 소유 하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어느 정도 우리가 조금 해내고 개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어 김수행 교수는 자본주의에 문제가 생겨 다른 체제를 고민한다면 그 다음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그런 체제를 할 수 있는 힘이 얼마나 있느냐의 문제가 금방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 “선거를 하든, 공장을 점거하든 모든 생각을 다 해보고 나온 결론이 옳은 결론”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이행의 문제에 대해 “결국 지금은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사회를 만들 기반은 다 있지만 어떤 식으로 정치적으로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그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 안을 낼 거냐 그런 과정만 남았다”면서 “역사라는 것은 몇몇 지도자가 가자고 목표를 정해서 가는 게 아니라 엄청난 우연이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