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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더 딴죽 라이브

마케팅 기획자가 본 문재인 대항마 손수조


사진) 언론의 주목을 받는 손수조 예비후보/이미지 출처: 손수조 블로그


새누리당의 손수조 예비후보를 응원한다는 어느 블로거의 글을 보고 그럴 수도 있구나 싶다. 정치 블로거 아이엠피터의 ‘문재인 대항마 27세 이대여성 왜 뜨나’에 대한 반박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손씨에 대해 아주 감동을 받으신 모양이다(나도 이 글을 읽고 과거 선거운동 기획 경험자와 현재의 마케팅 기획자 입장에서 나름 썰을 풀어보고 싶어졌다).

손 예비후보는 글을 쓰는 현재 시점으로 정식 후보는 아니지만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한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언론들이 띄워주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극찬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정 위원장은 23일 새누리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젊은이들이 열심히 하고 서민들과 애환도 같이 나누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부산 손수조 (예비)후보에게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970명이 넘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 가운데 유일하게 손씨를 ‘감동인물’이라고 칭한 것이다.

이 발언은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공식 발언이라 파급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새누리당이 손씨를 극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정당이 돈 봉투 사건으로 시끄러운 마당에 3000만원으로 투명하게 선거를 치르겠다는 인물이 나타났으니 흥행요소가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선거는 결국 흥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마케팅 관점에서 손씨는 분명 위력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돈 없어서 포기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명분은 무모하면서 순수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는 1500만원으로 선거운동 하겠다는 뜻

30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 통상 선거 비용은 그 이상 소모되기 쉽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의원 선거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선 1500만원의 기탁금을 선관위에 내야 한다. 손씨는 현재 예비후보라서 1500만원의 20%인 300만원만 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손씨는 15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들어가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후보들은 사무실을 유동인구가 많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얻을수록 좋다. 현수막을 걸어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건물 주인도 이런 점을 악용해 돈을 더 받으려 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다). 각 정당 후보들을 만나다 보니 좋지도 않은 사무실을 2000만원에 구한 사례도 있었다. 현수막은 한 장에만 적게 잡아 100만원 내외의 돈이 들어간다. 또 홍보물을 제작하는 비용도 적게 잡으면 2000만원 안쪽이지만 원하는 홍보를 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지난해 10월 2일 방송된 KBS 개그 콘서트 사마귀 유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으면 선관위로 공탁금 2억 들고 찾아가라’는 멘트를 통해 돈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는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사진)손수조 블로그에 올라온 지출 내역

이런 부분 때문에 무모해 보이는 손씨의 도전은 오히려 순수해 보이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사무실 계약금과 월세로 950만원을 썼다는 부분에서는 비용대비 효율을 얻기 위해 분투했을 모습까지 상상된다. 각종 비리와 돈 봉투 살포 및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새누리당에 전혀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 참신함을 주는 효과도 있다.

벌써 들어간 돈은 2000만원 가까운데...

그러나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위에 쓴 것처럼 실제로는 너무도 많다.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를 외치며 의욕적으로 출발한 손씨도 이런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 본경기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블로그를 보니 벌써 2000만원 가까이 써버렸다(23일 기준으로 1939만 9520원).

손씨는 블로그를 통해 “사무실의 경우 ‘천막’ 이나 ‘컨테이너’ 계획이 무산되고, 비어있는 사무실이 없어 부득이하게 조금 넓은 사무실을 계약하게 되는 등 의지와 상관없이 드는 돈도 있었다”며 “전체 레이스에 대한 현실 감각이 없기도 했고, 솔직히 이렇게 집중 받을지 몰랐으며 공천은 '꿈' 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최대한 아끼겠지만 가진 돈이 ‘0’원이 되면 후원금을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어쩌면 이것은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라는 의욕적인 출발은 손씨 스스로 후원금을 언급할 정도로 결국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콘텐츠는 경험에서 나오건만, 이미지로 승부?

심지어 손씨는 본선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선거법 위반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한다.

노컷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6일,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달집태우기 행사에서 자원봉사자 십여명과 구호를 외치며 선거 유세 활동을 벌였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와 후보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선거사무장 등을 제외한 사람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60조 위반에 해당한다. 때문에 선관위 관계자가 구두경고를 내렸으나 손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고, 결국 선관위는 손 후보에게 '선거법을 위반하는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손씨는 분명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경험부족으로 인한 실수를 계속 보여준다면 준비된 후보라는 인식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비중 있게 내놓은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라는 콘텐츠도 초반에 형성한 이미지를 갉아먹을 덫이 되기 쉽다. 좋은 콘텐츠도 결국 경험에서 나오건만 이점이 아쉽다.

반면 문재인은 실무에서도 검증받은 준비된 후보다. 손씨가 지역색을 아무리 강화해봤자 실무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뤄낼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을지 고민되게 만든다.

손씨가 적은 비용으로 선거 운동을 치르는 것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상징처럼 되어 버린 것도, 진보진영의 청년 후보들과 비교가 들어가면 빛을 잃기 쉽다.

경험해 본 바, 진보정당의 젊은 후보들도 손씨 만큼 적은 비용으로 눈물겨운 선거운동을 벌이는 사례가 참 많았다. 사무실 집기도 버려진 것을 주워다 쓰고 점심도 돈이 없어 거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선일보 같은 대형 언론들이 띄워주지 않기 때문에 외롭고 힘겨운 선거운동을 벌일 뿐이다.

손씨의 선거운동 방식은 응원하고 싶지만, 진보진영의 선거를 경험해 본 나에겐 특별한 사례로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