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trend report]/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1996)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1911년 이후 현재까지 총 30번 이상 영화로 제작되었다.

역사상 가장 많이 공연이 되고 영화화된 작품인 것이다. 오죽하면 "셰익스피어를 본 사람은 많아도 읽은 사람은 드물다"란 말이 있을까. 경쟁사회의 현대인들은 여유롭게 고전을 읽을 마음의 여유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결국 영상매체를 통해서나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로 제작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각각 색다른 해석을 보여주기도 한다.

흔히들 프란코 제피렐리 감독의 1968년 작을 최고라고들 하시는데. 내 생각엔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보다 원작의 맛을 잘 살린 듯하다. 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 - 강렬한 영상과 속도감, 젊음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감각이 돋보인다.

바즈 루어만의 1996년 작은 MTV Version이라 불릴 만큼 강렬한 색체와 영상, 속도감 있는 빠른 템포의 전개로 그 개성을 인정받았다. 원작 연극 또한 불과 4-5일 동안의 급박한 전개로 감정을 극한까지 끌고 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강렬하고 빠른 전개가 어울린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보다도 상대적으로 가볍고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10대 취향에 더 근접한다. 운명이라는 테마 속에서도 햄릿 같은 치열한 내적 갈등이 아닌 외적인 이미지에 지배되는 미숙한 젊음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이다. (로미오가 로잘린을 팽개치고 줄리엣에게 붙은 이유가 뭔가?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잘 살려내어 감각적인 화려함으로 무장한 것이 바즈 루어만의 1996년 작이다.


또한 뮤지컬 영화가 되면서 작품 속엔 감미로운 오케스트라 스코어가 아닌 90년대를 휘어잡은 얼터너티브, 모던 락, 테크노 음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90년대로 들어서면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으로 시작된 하나의 흐름이었다. 인기곡이었던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의 California Dreamin'이 주제가로 쓰였던 중경삼림. 하지만 극 중에선 왕정문이 아일랜드의 모던 록 그룹 크랜베리스(Cranberries)의 Dreams를 번안해 노래하기도 했다. 그 전까지는 인지도가 낮은 비주류 성향의 록 음악이 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왕가위 감독이 저작권 사용료가 싸기 때문에 곡을 썼을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론 대중성보다 개성을 중시한 것이다)


이후 대니 보일 감독이 트레인스포팅이란 작품을 들고나온다. 그는 당시까지 영화 화면에 고출력의 노이즈나 테크노 비트를 과감히 사용하지 않던 고정관행을 부숴버렸다. 언더월드, 프로디지, 펄프, 이기 팝, 리프트필드 등의 음악으로 스크린을 도배하다 시피했다. 스코어나 오케스트라 등의 연주가 아닌 인디 성향의 노래들이 젊은이들의 아픔과 방황, 사랑에 대해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 것이다. 이후 비슷한 시기에 쏟아져 나온 올리버 스톤의 킬러, 스트레인지 데이즈, 보스톤 킥아웃,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 세인트 등등의 영화에서 얼터너티브 락이나 테크노, 트립합 들이 주를 이루었고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이러한 흐름을 따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얼터너티브 락이 쓰이게 된 것인가? 이유는 당시 시대적 아이콘이었던 얼터너티브 락 그룹 너바나 - 리드 보컬인 커트 코베인 때문이다. 그는 싸구려 기타를 메고 기성세대와 썩어빠진 사회를 향해 분노에 가득 찬 절규를 들려주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천재였다. 그 모습에 현대사회 젊은이들의 길 잃은 아픔들이 상징처럼 담겨있는 것이다. 이후 그가 연주했던 장르와 인디 계열의 음악들이 젊은이들을 소재로 한 감성적 영화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곧 유행을 타며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올 무렵이면 얼터너티브, 테크노, 모던 락은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셈이다)


어쨌건 간에.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삽입된 음악들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가비지, 에버클리어, 카디건스, 라디오 헤드 등 당시 유행을 주도하던 밴드들을 총집합시켰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영국출신 흑인 여가수 데즈레(Des'ree)의 Kissing You라는 발라드가 크게 히트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 과감한 도입부를 들 수 있다. 영화는 클라이막스, 결말을 미리 알려준 채로 진행한다. 사실 워낙 유명한 고전이기 때문에 내용은 이미 알려진 상태. 분명히 다른 것으로 승부하려는 의도이며 앞서 말했듯이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파격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개성 넘치는 극을 전개한다. 게다가 극 중의 대사들은 원작 연극의 말투를 그대로 가져온 구어체의 대사들로서 1968년 작과는 또 다른 차별화를 두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 Romeo + Juliet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클레어 데인즈
상영시간 120분
장르 드라마, 로맨스, 액션


줄거리

가상의 해변도시 베로나. 몬테규가와 캐풀렛가는 쟁쟁한 집안이나 서로 앙숙이다. 어느날 캐풀렛가의 파티에 로미오와 사촌들이 몰래 잠입한다. 파티를 즐기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용납될 수 없었고, 몰래 두 사람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두 집안의 청년들끼리 사소한 싸움이 붙었는데, 로미오가 줄리엣의 사촌오빠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로미오는 추방령을 받고 신부의 도움으로 줄리엣은 죽은 것으로 가장, 납골당에 안치되고 로미오가 그녀를 데리러 온다. 그러나 그녀가 진짜 죽은 것으로 오인한 로미오는 독약을 마시고 깨어난 줄리엣도 로미오를 따라 죽는다.


영화의 마지막. 로미오가 죽어갈 때 줄리엣이 깨어나며 안타까움과 슬픔이 배가 된다.


하지만 원작을 읽어보면 로미오가 죽자 뒤늦게 깨어난 줄리엣이 이를 발견하고 뒤따라 자살한다. 이것은 토마스 오트웨이 (Thomas Otway1652-85)라는 극작가가 1679년 9월과 10월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며 원작의 내용을 바꾼 것이다.


(이후 Theophilus Cibber와 David Garrick라는 작가들이 1744년과 1748년 내놓은 번안에서 이러한 내용을 따랐고 이후까지 전해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판본들이 존재하며 개중에는 원본과 내용이 다른 작품도 상당수 전해지는데, 인쇄소의 실수라는 학설부터 후대 작가들의 고의적인 수정이라는 학설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이 올바르게 전해지고 보존되도록 노력한 흔적이 없으며 판본들도 만들어진 인쇄소마다 내용상(단어 등)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참고문헌 : Alice Walker(?-1982)의 식자공 연구 Textual problems of the First Folio : 그녀는 철자 테스트를 통해서 F1의 식자공 A와 B의 일을 가려냈다....그녀는 A가 B보다 주의력이 더 있고, 더 원문에 충실하였으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B는 서두르고,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원고의 글을 머리에 넣고 식자한 결과 일부 단어를 빠뜨리거나 유사한 단어를 대신 끌어들이는 등의 많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밝혀냈다. 그녀가 1954년에 발표한 논문 "The Folio Text of 1 Henry 4"에서 A가 식자한 11페이지와 B가 식자한 14 1/2 페이지를 가려내고 분석했다. 그 결과 다섯 가지의 범주에서 전자의 오식은 18개 뿐인데 반하여 후자의 것은 무려 113개나 되었다. 이들 식자공들이 어떤 식자습관을 갖고 있었고, 어떤 종류의 잘못을 범하기 잘 했느냐가 주는 이른바 "편집적 함축들"은 셰익스피어의 본문을 확립하는데 큰 전기를 가져왔다. 이경식-셰익스피어 비평사 2002 참고.)


또한 작품의 해석도 다양하여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 영국의 안무가 메튜 본이 동성애 버전으로 제작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관련기사에 따르면 비평가들은 셰익스피어의 원작 속에 동성애적인 요소가 상당 부분 들어 있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요 등장인물인 로미오의 친구 머큐쇼, 로미오의 사촌 벤볼리오에 대한 동성애 논란도 있었다는 것이다. 본은 올 늦여름쯤 소규모로 '로미오, 로미오'를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 전체 무용단과 함께 작품 리허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2007/04/26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