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헬보이 만화를 보지 못한 나로선 원작과의 비교 자체가 힘든 작품이다. 가령 환상적인 세트나 괴물들, 또는 장면들이 원작인지 아니면 감독의 상상력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비교해 보지 못하는 것이 굉장히 아쉬운데, 이런 감정은 전편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다. 왜냐, 내게 ‘헬보이 1’은 너무나 지루하고도 뻔한 영화라 원작에 대한 일말의 관심도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나치와 초자연주의를 소재로 삼은 건 새로웠으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상당히 시시했다. 그래서인지 중심 흐름과는 상관없는 부끄럼쟁이 헬보이의 짝사랑 로맨스에서 잔재미를 찾았으나, 영화를 보다보니 메인플롯과 서브플롯이 바뀌어버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헬보이 1’은 결국 ‘로맨스 영화’였다. 그것도 아주 낯간지럽게 유치한 장면이 나오는.
물론 본작인 ‘헬보이 2’도 로맨스 영화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전편처럼 로맨스 플롯이 긴 분량으로 또아리를 틀고 있진 않다. 너무 단순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적재적소에 중요한 복선으로 자리 잡는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극의 중심을 잡는 플롯이 황금군대를 둘러싼 대립으로 확실하게 잡혀있고, 양측의 캐릭터가 모두 매력적이란 점이다. 더 강하고 똑똑해진 날렵한 악당으로 등장하는 누아다 왕자. 그는 전편의 악당들처럼 호락호락 하지도 않고, 주인공인 헬보이를 죽음 직전의 위기에까지 몰아넣는다. 이것이야 말로 데이빗 고어(베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의 원안을 쓴 시나리오 작가)가 말한 재미의 법칙이 아닌가. 또 다른 커다란 매력은 기예르모 델 토로가 ‘판의 미로’에서 보여준 크로테스크 하면서도 환상적인 비주얼을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결합된 스팀펑크적인 요소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화려함을 더한다. 덕분에 ‘헬보이 2’는 고대의 전설이 그 신비롭고 기괴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들을 통해, 판타지적 욕망을 충족받길 바라는 관객에게 큰 만족을 주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우아함으로 포장된 로맨스는 아름다운 비극으로 끝나니 전설의 고전적인 취향까지 만족시켜준다. 물론 진짜 마무리는 헬보이 특유의 낙천성과 발랄함이다.
+데이빗 고어가 말한 재미의 법칙 -
“이야기란 모름지기 어떤 친구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고분분투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애물이 클수록 보기엔 더욱 즐거운 법이다. 배트맨 비긴즈를 쓸 때 사람들이 놀랄만한 장면은 '이 상황에서 배트맨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