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뉴스 블로그에 인권운동가 고은태씨가 ‘강용석의원의 MRI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우선 “명확한 근거 없는 의혹제기가 계속됐고, 현상금을 걸고 제보를 받았으며, 체포조가 결성되고, 결국 불법적인 유출과정을 거쳤을 MRI 사진까지 출현했다”며 “확정적으로 믿었던 단서를 확보하고서도 고발을 일주일 뒤로 미룬 채 언론플레이를 지속하며 공개재검을 압박했다”고 사건을 정리했다.
이어 “사법적 절차는 실종되고, 의혹이 제기되던 시점부터 마지막까지 박 시장과 그 아들이 만천하의 공개 하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도록 강요됐다”며 “폭로의 목적이 진실의 확인인지 혹은 대중적 관심에 기반한 괴롭힘인지 의심이 가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병역의혹 사건은 마치 마녀사냥과 매카시즘을 짜맞춰놓은 것 같은 패턴을 보인다”면서 “별다른 근거 없이도 피해자가 스스로의 결백을 입증하도록 강요한 것과 의혹이 아직 의혹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임에도 마치 피해자가 유죄인양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두 가지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박시장과 그 가족은 스스로의 결백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몰렸고, 그 과정에서 커다란 고통을 받았다”며 “그들이 입었던 정신적 폭력과 인신공격은 어떤 의도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부당한 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인권의 실패”라고 강도 높게 강 의원을 질책했다.
이런 식의 의혹제기와 폭로가 나름의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의혹의 대상이 막강한 권력층이어서 사법당국의 공정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라는 지적이다.
글 말미에는 ‘입증강요 연습문제’라는 소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강 의원의 제정신 입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피해자와 국민 앞에 깊은 사과를 올린다던 강용석 의원은 불과 3일 뒤에 박시장과 가족의 용서를 참을 수 없다며 박원순씨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황당한 사태 앞에서 일부 시민들은 강용석씨의 정신상태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나는 강용석씨가 극히 정상적인 정신건강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만, 이번 선거에서 출마하겠다는 사람의 정신건강은 우리사회의 안위를 위해 극히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나는 공익을 위해, 강용석씨가 스스로 제 정신임을 대중 앞에서 공개적 방식을 통해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과연 스스로 제 정신임을 대중 앞에서 입증할 용기나 있을지 모르겠다”, “사건의 해결방식이 쿨한 용서로 귀결되면 그런 방식이 타인에게도 강요될 수 있다. 사적 용서와 공적 해결은 다른 성격”,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지만 가장 보기 힘들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희생정신’ 이었다. 자신이 아니라 타인만 희생시키는 문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에 무감각한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나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강용석 의원의 사과로 막을 내리는 대신 “용서가 불쾌”하다는 적반하장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상식이 바닥을 치는 모습을 보이는가에 대한 것이었고, 한심함을 넘어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심지어는 기자들이 참관해서 확인한 주신씨의 공개 신검까지 대역을 내세웠을 수 있다는 식의 황당한 음모론까지 등장했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무시했지만 지금은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실소가 터진다.
이번 사태를 보면 마치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잘못을 모르고 피해자를 탓하며 더 당당하게 구는 장면이 연상된다. 일진이나 다름없는 언론사들과 권력자들이 명맥을 유지해온 우리나라의 처참한 역사가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극악하며 폭력적이다.
시민의 편에서 낮아지려 애쓰고 실제로 쪽방촌 주민과 약속을 지킨 서울시장이 이런 방식으로 반대파의 시달림을 당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라는 점이 너무도 안타깝다.
보수 언론사들까지 ‘인격살인’이라고 제목을 붙일 정도로 불법과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이번 사건은 비상식의 결정체다. 때문에 “스스로 제 정신임을 대중 앞에서 공개적 방식을 통해 입증” 하라는 요구가 정말로 절실하게 느껴졌다.
[newstrend report]/더 딴죽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