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심해지는 탈모, 검은콩 효과 있을까?
아직 시기상으로는 봄이지만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탈모 환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앞이마 탈모의 주범으로 알려진 남성 호르몬이 유독 여름철에 왕성하게 분비되는 등, 날이 더워질수록 두피에 자극이 많아져 머리카락이 빠지기 때문이다.
이때 주변에서는 흔히 머리에 좋다는 검은 콩을 권장하기도 한다. 탈모음식을 검색해 보면 검은콩과 관련된 내용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검은콩이 정말 도움을 줄까? 탈모와 검은콩에 대해 의학적 효과를 따져보자.
블랙푸드, 영양과 모발의 관계
민간에 알려진 탈모예방 곡식은 검은콩뿐만이 아니다. 흑미나 검은깨 등 건강한 머리카락 색을 연상시키는 소위 ‘블랙푸드’들은 예전부터 탈모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것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들이 아니다.
탈모 치료를 위한 방법 가운데 ‘영양요법’이라는 것이 있을 정도로 약물뿐만 아니라 영양분의 효용성이 의학적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검은콩은 두피 건강에 좋은 생리 기능성 물질들인 이소플라본, 식이 섬유, 피틴산, 트립신저해제, 사포닌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검은깨 등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모발의 구성성분인 케라틴이고, 흑미에는 일반 백미보다 5배나 많은 미네랄과 다양한 비타민이 함유돼 두피와 모발의 영양 공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식품을 섭취하면 머릿결이 더 고와지거나 윤기가 흐르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모에 좋은 음식’ 효과 없는 건 아니지만...
현대의학이 생겨나면서 생약이나 민간요법은 비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적인 과학의 발달로 식품이 가지는 영양성분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다시금 ‘민간 영양요법’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환자들의 체질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는 2005년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을 만든 바 있다.
영양유전체학이란 기존의 전통의학에 유전체학(Genomics)과 영양학(Nutritional Science)을 결합한 것으로, 과학적인 분석과 실험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식품의 치료능력을 연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식품으로 탈모를 치료하지는 못한다. 탈모라고 뭉뚱그려 이야기 하더라도, 원인과 치료법은 모두 다르기 때문일까?
탈모 클리닉을 운영하는 어떤 의사는 “탈모는 검은콩 안 먹는다고 걸리는 질환이 아니다”면서 식품은 단지 보조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품이 민간요법으로서 질환을 개선하는 것에만 그칠 뿐 적극적인 치료 수단으로 널리 애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부른 환경재앙, 식품에도 예외 없어
1997년 미국 농림부는 흥미롭지만 다소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것은 바로 ‘78년 동안 사과성분의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1992년에 생산된 사과 1개당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을 1914년 당시의 사과와 비교했더니, 최대 96%이상의 영양소가 감소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네랄 |
1914년 |
1992년 |
감소율 |
Ca |
13.5mg |
7.0mg |
48.15% |
P |
45.2mg |
7.0mg |
84.51% |
Fe |
4.6mg |
0.18mg |
96.09% |
K |
117.0mg |
115.0mg |
1.71% |
Mg |
28.9mg |
5.0mg |
82.46% |
미국 농림부는 이에 대해 거의 10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화를 이루는 동안, 환경오염이 진행돼 토양까지 황폐화 됐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비료나 농약의 사용까지 더해져 식품의 영양소 감소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제출되고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지구촌의 식품들은 농약의 과도한 사용 등 사건이나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어쩌면 환경오염이야 말로 옛적부터 전해 내려온 민간요법의 힘을 줄어들게 만든 원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탈모 등 각종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민간요법보다 병원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현실이 한편으론 안타깝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