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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든 것들 >/낙서 또는 시

씨앗들


씨앗들



그대는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유리병 속
작은 씨앗 네 개
어떠한 식물의 것인지
알 수 없다
병은 그저 투명한 유리일 뿐
어떠한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침묵을 놓아두다가
선반 위에 올리고
잊어버린다
구름은 지평선 너머
양떼처럼 사라지고
언덕을 걸을 때면
문득 생각도 나지만
양들을 쫓는
목동의 운명인지라
집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쉬는 도중
가만히 눈감고 있으면
선반 위 병을 깨고
싹 틔우고 솟아오르는
씨앗들
하지만 눈을 감는 시간은
너무도 짧다
그러하기에 잠들어서야  
볼 수 있는 꽃과 열매들 
그러나 꿈이란
너무도 삽시간에 사라지고
깨어나면 잊혀지고
양들이 다 자라면
집으로 돌아와 바라보는
선반 위에는
거미가 식탁에서 놓쳐버린
곤충의 날개 떨어져
허연 무덤 생겨났는데
떠올릴 때마다 씨앗들은
너무도 먼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