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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더 딴죽 라이브

서울광장 촛불집회, 국민들이 국가의 존재 가치를 묻다

27일 오후 서울광장.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범국민 촛불 대회가 열린 현장. (사진 : 민중의 소리 이승빈 기자)서울광장 촛불집회



망치부인 이경선 씨
,
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

주말인 27, 25천여 명(경찰 주장 6천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운집해 촛불을 든 현장에서 압권은 인터넷 팟캐스트 진행자로 유명한 망치부인이경선 씨로부터 터져 나오는 발언이었다.

그녀는 2008년 촛불집회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굵직한 사회 이슈들이 터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다루며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대선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수장이었던 원세훈 씨의 취임 이후로 그녀가 진행하는 방송과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직적인 욕설이 반복됐다고 한다(아래 녹색 글씨는 이씨의 현장 발언).

급기야는 2011115, 연평도 북괴 갤러리라는 디씨 인사이드 안의 게시판에서 저의 어린 딸의 사진을 게시하고 이 아이를 강간하고 싶지 않냐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충격적인 댓글들 가운데엔 좌익효수라는 닉네임으로 작성된 글도 있었다. 내용은 저년도 크면 빨갱이 되겠지. 운동권들한테 조낸 대주고, 나 같으면 줘도 안 먹겠지만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경선 씨는 딸의 사진 밑에 악플을 달았던 수십 명의 흔적을 확보하고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당시 처벌된 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이씨의 법적인 대응 이후에는 더 심각한 내용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씨 딸(10)의 사진과 함께 니 딸 내가 납치한다. 망부 딸 토막살해등 끔찍한 협박을 포함한 게시물들이 수십 건이나 올라온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십여명의 인원들이 이런 악플들을 부추기며 고소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씨가 이들을 고소하자 처벌받은 인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아동 청소년의 인권을 주장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들을)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건들이 터지니 범인을 못 찾은 것일 수 있다고요. 그런데 지난 72일 언론보도를 통해 그 좌익효수라는 닉네임이 국정원 직원이 사용했던 닉네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죄 없는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얘기한 대통령에게 성폭력 댓글로 상처받은 10살짜리 제 딸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느냐고 따지며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74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인물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이를 떠들고 다니면 처벌하겠다는 식의 엄포까지 놓은 바 있다(보도자료 전문).

이와 같은 국정원의 태도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대놓고 반박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속셈이 네티즌 수사대를 겨냥해 시민들이 진실을 파헤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 국가 기관이 집권여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대중을 선동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했다는 혐의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시민들의 마음에 생긴 상처들은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인권 위원회, 국정원 비난 성명
증오, 지역 차별에 대한 편견을 조직적으로 유포


지난 3일 홍콩에 위치한 아시아 인권 위원회는 대한민국 국정원을 비난하며 중요한 성명을 발표했다. 국정원이 증오나 특정 지역 출신의 사람들에 대해 대량 학살을 선동하고, 군부 독재를 찬양하며 야당 소속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 성적인 모욕 혹은 차별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을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편견을 조장한 게시물들이 대선 기간 동안 난무한 것을 두고는 대한민국의 국가 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된 2,12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증거기록들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주요 TV 방송국들과 신문들이 이러한 사실에 대해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 지시를 받았거나 혹은 스스로 방송하기를 꺼려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지며 시위

한편 외신에 보도된 27일 촛불집회 관련 기사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가운데 미국의 CNN 뉴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몇 개월 동안 서울 등 대한민국의 수많은 주요 도시에서 촛불시위가 개최되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이 지난 12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정보기관의 개입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광장 촛불집회 현장 사진과 보도된 CNN 리포트/서울광장 촛불집회
대한민국 공중파 방송 3사가 관련 기사들을 외면하는 동안 외국 인권단체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접하는 내용들은 낯설지가 않다.

그와 동시에 상처받은 국민들이 몰려드는 촛불의 규모도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27일 촛불집회는 올해 최대 규모였다. 망치부인 이경선 씨의 사례처럼, 정부와 생각이 다르거나 단순히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을 맞았다면 그럴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그리고 그 폭력의 주체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이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당사자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 역시 비슷한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 것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누가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있단 말인가.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23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 역전 지점에서 만났을 때, 당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긴급기자회견이 있었던 16일과 17일 사이에 후보들 지지율이 요동을 쳤다고 한다.

리얼미터 자료, 대선 전 당시 박근혜 후보가 TV토론회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강금과 인권을 운운한 후 몇 시간 지나 곧바로 경찰 긴급기자회견 있던 시점 주목.
  
이 대표는 이것이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면서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 박근혜 정부 정통성 문제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이슈인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대선개입 의혹의 가장 큰 책임은 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들을 놓고 볼 때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래서 그녀가 지금 대통령직에 앉아 있을 자격이 정당한지를 두고 국민들이 따져 묻는 것이다.

대놓고 거짓과 폭력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면, 그런 사회라면 뭐하러 세금을 내면서 유지한단 말인가.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이것은 국가의 존재 가치를 묻는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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