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피해자 더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조속한 사태 해결 촉구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뜨거운 오후. 타오르는 열기 아래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벌써 열흘 넘도록 농성 중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조속히 산재보상을 받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노동자들과 지금도 투병 중인 사람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지 수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 황유미씨 가족의 경우 햇수로 3년째 산재 보상을 기다렸다고 한다. 현재 투병 중인 박지연씨의 가족은 항암치료에만 수 천 만원이 들어 엄청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린다. 산재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계속 조사만 벌이고 있기 때문.
‘삼성 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생겨난 것은 지난 2007년 11월. 당시 사람들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최소 6명이 백혈병에 걸렸으며 5명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그 후에 밝혀지는 사례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밝혀진 바로만 22명의 삼성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렸으며 이미 1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또한 백혈병뿐만 아니라 뇌종양, 림프종등의 환자도 발생했다.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을 모르고 있던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실제로 노동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현장에 비치하도록 법규로 정해진 MSDS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MSDS란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현장에서 위해요소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표이다. 그러나 삼성 반도체에서 11년 동안 근무한 어느 노동자는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삼성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은 스스로 직업병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 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도 어딘가 아프지만 자신이 설마 백혈병일 거라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방독복이나 방독 마스크 대신 일반 방진 용품만을 제공해 사람이 아닌 기계 보호에 목적을 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을 바탕으로 생산된 전자 제품들이 우리의 일상에 쓰이며 초일류 기업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 역시 벌써 수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산재인정을 하지 않고 조사만 벌이고 있다. 보통 산재신청의 경우 1년 안에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볼 때 이번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 발병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매우 이상하게 여겨진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정부가 벌인 역학 조사에서 대다수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삼성반도체 1~3라인 생산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세부조사가 빠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은 돈이 없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앞으로 외부의 의사들에게 자문을 받아 또 다른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회원들과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에 이르렀고 현재 아고라에는 청원까지 올려 진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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