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한 주였다. 광저우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이 매달 순위 2위를 기록한 것 때문이 아니다. 북한이 저지른 연평도 포격 사건. 조그만 섬을 포격했지만 민/관/군이 모두 당했다. 더군다나 사건 당시 미그기까지 배치하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미루어 북한은 확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확전이라면 어디까지의 범위가 됐을지 확실히 알 순 없으나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을 고려하면 김정일은 전면전까지 준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북한이 막장이라고 한다. 군대에서도, 그리고 예비군 교육시간에도 흔히 듣던 단어가 바로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아니던가. 6. 25 이후 지상천국을 건설하겠다던 그들이 이제는 세계에서 고립된 빈곤왕국을 만들어 세습으로 이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체제 탈출자들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만들을 억누르기 위해 사상교육은 물론 총살형까지 집행하는 인권탄압 왕국으로 불리는 지상의 지옥. 거기서 더 나아질 기미는 안보이니 이제는 잃을 것도 없다는 것이 벼랑 끝 전술의 이유.
그런데 그들이 과연 전쟁을 원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과의 유리한 협상이 목표였다고 하니 그건 아닌 듯 하지만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마당에 오바마가 협상해 줄 리는 없고 중국을 제외하고 근처에 편들어주는 나라도 없어 보인다. 중국도 언제까지 북한을 옹호할 수 있을까. 북한으로서는 정말로 전면전을 각오하고 시작한 게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허풍이나 떨던 북한이 이제 와서 왜?
생각해 보면 이번 도발의 빌미는 천안함 사건일 수도 있다. 한 나라의 해군 함정이 공격을 받아서 침몰했고 그 배후도 밝혀졌다는데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럴 거면 차라리 군함이 노후해서 사고가 났다고 발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좋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북한에게 얕잡아 보인 꼴이다. 군사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전쟁에 대비해서라기 보단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그렇다.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에 무슨 억제력이 있단 말인가.
이번 연평도 포격에 해병대가 응사를 했지만 상대적으로 빈약했음은 사실이다. 자주포가 북한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지 못함에도 그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 전투기로 폭격하지 못한 이유가 확전이 두려워서일까. 그런데 확전이라는 것을 과연 누가 두려워한단 말인가. 북한과 싸울 경우 남한은 잃을 것이 많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래서일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서울 시내에는 북한보다 으리으리한 빌딩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재벌들 소유 아닌가.
전쟁, 과연 북한보다 많이 잃을까
나와 주변의 목숨과 앞으로의 시간을 제외하고 전쟁이 벌어질 경우 잃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은 일자리. 그런데 2년 계약직이다. 그리고 잡다한 물건들. 곰곰이 따져도 그다지 크게 잃을 것이 없어서 오히려 대출을 받았다면 부채가 탕감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잃을만한 내 소유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오히려 북한이랑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여러분은 어떠신가. 전쟁이 벌어지면 파괴될 빌딩이나 건물들이라도 소유하고 계신지.
전체 한국사회를 본다면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현재 대한민국은 서른 개의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난에서 6위. 어린이 복지는 꼴지에서 2위. 노인 빈곤률은 45% 이상이라서 평균치의 3배나 넘는 기염을 토하며 전철 안에서 어르신들이 폐지를 수거하게 만든다. 출근길 아침부터 가난이 뚝뚝 떨어져 흐른다. 한 달 생활비를 통계치보다 낮게 30만원으로 설정하고 평균수명인 80세까지 약 50년 동안 계산하면 앞으로 최저 1억 8천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공공요금과 집세와 기타 생활비는 물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도 인당 기본 1억 8천은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엔 평균적으로 40~50대 퇴직이다. 80세까지 30년 이상을 소비는 있으나 소득은 거의 전무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이번 연평도에서 사망한 민간인들은 모두 기초생활 수급자들이면서 공공근로 중에 변을 당해야 했다.
전쟁이 벌어지면 남한이 북한보다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은 과연 누구의 입장에서 하는 말인가. 가난에 찌든 인민들을 거느리며 마찬가지로 한국의 서민들마저 폭격으로 죽게 만든 김정일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남쪽 가난뱅이들의 분노를 산 김정일은 신자유주의와 다를 바 없이 약자들의 적이다.
*임무 중에 순국한 서해 장병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허약한 복지정책 속에서 힘들게 살다가 잔인한 북의 포탄을 맞고 살해되신 분들을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