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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사회·정치

어느 감정 노동자의 죽음

 

경제 파탄과 민심 이반, 성공신화 균열가카는 잠 못 이루고

 

지난 20일 국내 언론사들에 기사를 전송하고 있는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가 전직 대통령과 사회 각계 원로 등 865천여 명에게 우편과 이메일로 연하장을 발송했다고 한다. 연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중산층의 삶도 쉽지 않았고 서민 생활은 더더욱 힘들었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
이런 모든 일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더욱 가슴 아프다
."

그렇다. 경제를 살린다는 가카의 공약은 말 그대로 공허한 약속이 된지 오래. 이명박 취임 이후 늘어난 일자리는 그의 당선부터 필자가 예견한 대로 노동의 조건이 현저히 떨어지는 열악한 비정규 서비스직들이다.

통계청 자료가 증명 하듯 현재 우리나라 취업 인구 중 다수는 서비스 감정노동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제조업 종사자들보다도 훨씬 많다. 감정노동자란 한마디로 고객이 면전에서 욕을 해도 감사합니다라며 웃어야하는 사람들. 오래 일하면 감정이 무뎌지고 우울증이나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일을 정말로 원해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관련화면 EBS 지식채널e <감정 노동자>


어느 콜센터 상담원의 죽음


지난 7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 42살의 한 여인이 세상을 떠났다. 대기업 S 그룹 보험사의 전화상담원으로 일해 온 그녀는 파견 근로자였다.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자녀를 키우게 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다. 취업 사이트를 보니 수많은 직업들이 나이와 성별 그리고 학력 등에서 차별을 두고 있었다.

한참이나 일자리를 구하던 그녀는 취업하는데 별다른 조건이나 제약이 없는 곳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콜센터에서 전화로 고객들을 상담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결국 모 카드사 상담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카드회사 고객들에게 대출상품이나 리볼빙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영업직이었다. 그때가 3년 전이다.

차별적인 조건 없이 자신을 받아준 일자리였지만 그곳은 정말로 끔찍한 곳이었다고 한다. 가사 일만 해오다 갑자기 영업을 하려니 잘 될 리가 없었다. 센터장이란 사람은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언성을 높이며 사람들을 윽박질렀다. 고객들은 돈 필요 없다면서 한번만 더 전화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욕설을 늘어놓았다.

애써서 거래를 성사 시켜도 실적은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영업실적에 따라 100 만 원 가량의 기본급만 받아 한 달을 살 수도 있었다. 집세와 아이 교육비와 생활비 등으로 쓰기엔 너무도 빠듯했다. 하지만 다른 상담원들도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녀와 근무했던 다른 직원의 말에 따르면 결국 팀장들에게 몰래 뇌물을 건넨 사람들의 실적이 올라갔다고 한다.

상담원들의 영업실적을 가로채고 조작하던 그곳에서 신입직원 한 명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사기를 친다면서 난리를 피웠다. 고객들의 욕설과 관리직원들의 고함소리에 항상 짓눌려 살던 기존 사원들은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었다. 그녀도 2년 정도를 어렵게 버텨왔지만 지옥 같은 그곳을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다시 일자리를 찾았지만 역시 이력서를 낼 수 있는 곳은 얼마 없었다. 다시 콜센터를 찾아야 했다. 열악한 박봉의 근무환경 때문인지 다른 업종보다도 이직률이 월등히 높은 업종이라 빈자리는 항상 있었다. 그러나 면접 당시 회사 임원은 그녀에게 이혼에 대한 것들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질문들에 그녀는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

*관련화면 EBS 지식채널e <감정 노동자>


아이와 생계를 위해서 꾹꾹 참은 그녀는 면접에 합격해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며 얼굴색은 어두워져 갔다.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그녀는 버릇처럼 죽고 싶다는 말을 중얼 거렸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출근을 할 수 없다는 그녀를 회사는 무단결근으로 처리했다. 그동안 아무리 힘들어도 지각 한 번 하지 않았기에 주변에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하던 그녀는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갔고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게 됐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자궁 내의 혹이 터져 위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술 후 7시간 정도가 지난 후 그녀는 패혈증 쇼크로 병실에서 숨을 거뒀다.

새벽에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지인들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가장의 책임을 지며 버티던 그녀의 마지막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는 게 문상을 온 지인들의 반응이었다. 살면서도 그리고 죽는 순간 까지도 고통 속에서만 머물던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들 했다.

그동안 서비스 감정 노동의 열악한 환경은 수차례 보고 됐다. 인권위의 보고서도 벌써 두 번째다하지만 개선 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감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회 구성원들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필자가 대운하 공약 때부터 언급한데로 서민들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한 경제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분명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고통 받고 병들어 간다면 그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새해에도 저와 정부는 어떻게 하든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서민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갖고 맞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서민을 기업의 부를 창출할 수단과 도구로만 이용하는 일자리는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굿럭쿄야 (newstrendreport@tistory.com)
*이 기사의 부제는 동아일보가 보도한 김정은 기사의 부제 경제 파탄민심 이반우상화 균열김정은 앞날 가시밭길을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