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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레임덕 극복 위해 폭파된 구럼비

굿럭쿄야 2012. 3. 8. 12:53

*본문 이미지 출처 : 오마이 뉴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7일,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인기기사 25위 안에 관련 소식이 8건이나 올라왔다. 10위권 안에만 4편의 기사가 올라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1위는 MBC 파업 관련, 2위는 나경원 남편의 사건 청탁 여부 관련, 3위는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이었으며 4위에는 제주 해군기지 현장 소식이 올랐다)

4위에 오른 뉴시스의 ‘제주해군기지 현지 전쟁터 '방불'…12명 연행’ 기사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똥박아! 이렇게까지 억지로 밀어붙이는 속셈이 뭐냐?”였다. 이 밖에 “다 부수고 전국을 콘크리트로 도배해야 끝이 나려나”, “강정 끝까지 지켜야한다. 구럼비 폭파 반대!” 등의 순으로 의견이 있었다.

‘구럼비’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천연기념물과 수많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환경보호와 자연유산 보존 차원에서 개발 반대 여론이 상당히 많은 곳이다.

동아시아 불안정과 군비경쟁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엄 촘스키 교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한국과 중국 간 군사적 대치를 촉발해 군비 확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초강대국들의 참혹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국무총리 산하 기술검증위원회는 해군기지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강정마을 주민 90%는 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무리한 공사 시행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무엇보다 제주도지사가 공사 중지 행정명령에 착수한 마당에 발파가 시작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토록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공사 강행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치는 쇼 비즈니스다?

우선 생각을 바꿔보자. 어제 느낀 수많은 황당함 가운데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제주도지사와 그곳 국회의원들은 ‘왜 공사를 위한 발파가 임박한 후에야 반대하는 액션을 취했는가’이다. 이미 화약이 모두 설치돼 버튼만 누르면 발파가 시작될 상황에 도달해서야 공사 중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착수했다는 것은 의아하다.

제주도와 지역 정치인들이 5일 구럼비 해안 발파를 비롯한 공사 진행에 대해 일시 보류와 추가 시뮬레이션을 정부에 요청하기는 했으나 그동안 제주 해군기지는 그 착수부터 많은 절차적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무엇보다 주민 90%가 반대했다는데 제주도지사와 공무원들은 지금까지 뭘 했을까?

결국 뒤늦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 착수는 들끓는 여론 앞에서 책임회피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쇼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현장 방문도 일부 여론과 당내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대표는 구럼비 해안 발파가 실시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곧바로 제주도 현장으로 향했다. 이미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와 함께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최고위원 등 핵심인사들이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해군이 구럼비 바위 지역의 발파를 시작한 7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구 해군기지 공사현장 앞을 찾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좌) 옆에 서 있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우).
 
한 대표는 공사현장 정문 부근에서 “이명박 정부는 4년째 완전불통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짓밟고 있다. 야권연대를 이뤄 야권연대의 힘으로 4ㆍ11 총선 승리를 선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지난 2007년 참여정부 총리 시절 “미래의 대양해군을 육성해야 되고 남방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에 항의하며 현장에 진입하려는 한 대표의 차량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또 헤럴드 경제 보도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김민석 전 최고위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했던) 야권 지도부가 기지 건설에 원칙적으로 찬성은 하는데 절차상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는지, 아니면 원칙적으로 잘못돼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인지를 명료하게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발파, MB 레임덕 극복 때문인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처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뒤섞이게 됐다. 반대 여론이 거세질수록 향후 책임문제부터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까지, 정치인들이 계산해야 될 요소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여론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MB에게도 마찬가지다.

집권초반부터 현재까지 여론의 공감대신 반발과 규탄에 시달리는 MB로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발파에 통치력을 위한 자존심이 걸려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들끓던 시절부터 MB가 선택한 것은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제왕적 권위였다.

참고로 MB 정부 출범 이후 정보 및 사정기관이 도입한 첨단 데이터 감청 장비는 46대로 인터넷을 통해 오고간 이메일이나 채팅 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9월 민주통합당 김재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나와 있다. 아랍 지역 국가들은 자국에 불어 닥치는 민주화 바람을 잠재우고 감시하기 위해 이미 이런 방식의 통제를 시행 중이다.

이번 제주 해군기지 건설 착수 과정에서 국정원이 개입한 것을 생각해 보라. 지난달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펼쳐 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단순히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만큼 정권 차원의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군의 구럼비 폭파 강행을 앞둔 7일 오전, 프랑스 출신의 평화활동가 벤자민 모네씨와 강정마을신문 카메라기자가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해양경찰의 저지로 전복되고 있다.

결국 MB 정권이 무리하게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적 반대를 억눌러온 힘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상징적 행동이다. 국가가 동원한 공권력의 폭력으로 얼룩진 해군기지 건설과 구럼비 발파는, 여론을 형성하는 국민들의 심리적 파괴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덤비지 말라는 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MB정권은 결국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어둠이 깊을 수록 새벽은 가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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