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2010 >/아웃 포커스

진보신당의 뻔뻔함, 진보가 무엇인가?

굿럭쿄야 2010. 6. 5. 01:30

노회찬 후보와 진보신당의 행보가 정치에 관심 있는 대중의 주목을 끌며 인기 급부상 중이다. 다만 그 인기가 대중의 지지에 기반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노회찬 후보와 진보신당을 두둔하는 내용들은 대략 이렇다.

"한국 정치에 진보세력의 씨앗을 뿌리려 했던 그를 이해해야 한다."

"군소정당이 무슨 들러리 정당인가? 당선 가능성 없는 후보들은 모두 사퇴하고 거대정당에 편입되어야 옳은 거냐."

그리고 비판하는 내용들은

“현실감각 없는 욕심을 부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

“한명숙과 노회찬의 가치관이나 공약들이 그리도 달랄나? 작은 차이도 용납하지 못하는 진보가 무슨 진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뭐 이렇게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미 끝난 마당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할 필요는 없다. 선거는 게임이고 축제고 또 역사다. 그러하기에 선거는 끝나도 그 결과는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법이다.

흥미로운 것은 진보신당 내부에 심상정 후보는 비난하고 노회찬을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 개인적으로는 심상정 후보의 사퇴가 진정한 진보의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한다. 민심을 읽고 자신을 희생하는 결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한 변화가 소수의 지지로 가능하단 말인가.

더군다나 민주 노동당까지 연대한 '반 MB 투쟁' 노선에서 무슨 알박기도 아니고 의연히 버티다가 상황이 틀어지니 나 몰라라 발뺌에 변명까지 현학적으로 늘어놓는 솜씨. 참으로 대중을 위한 정당이 맞나보다. 단, 대중을 개조시키고 계몽시키는 것이 확고한 신념인.

진보신당의 참으로 알흠다운 내부도 들여다 보자.

얼마 전 진보신당의 어느 당직자로부터 이런 푸념을 들었다. "(요즘 당이 돌아가는 꼴을 보니) 뭐가 진보인지 모르겠다." 공감이 갔다. 이번 선거 때문에 진보신당 활동을 처음해본 나로서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의 후보 선출 문제로 당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 토론회가 열렸을 당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토론회보다 못한 광경들을 목격했다.

상대를 모욕하고 무시하는 언사들에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던 시간이 진보신당 사무실에서 펼쳐졌다. 듣자하니 전에는 더 험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 진보가 아닌데...하는 실망을 그곳에서 처음 느끼게 해준 매우 소중한 시간.

선거 과정에서는 급조된 양력들도 마음껏 써도 되고 후보자가 공약이나 비전이 없으면 나 같은 아랫것이 만들어주면 되고. 생각이 달라 의견을 이야기하면 폭언과 욕설을 들을 수 있었던 아주 알흠다운 곳이 내가 체험한 진보신당이다. 인권을 초월하여 기독교의 성서처럼 무언가를 확고히 떠받드는 대단한 곳.

선거에 지고 나니 진보신당 옹호론자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진보신당에 대한 이미지만 대충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당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 기간 동안 진보신당 게시판에는 이런 글도 올라올 정도였다. "대단하십니다. 선거에 대한 몰입도...선거 중심 정당..선거운동 하지 않으면 인간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농가에 쥐가 들끓어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고 치자. 그런데 쥐를 잡지 못하는 고양이였다. 그런 고양이를 누가 키우겠나? 선거에서 정권을 탈환하지 못하는 정당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노회찬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진보적인 변화라는 것은 중앙이나 지역의 시민단체들도 할 수 있다. 그것을 실제 행정에서 정책으로 변화시킬 책임이 정당에 있고 때문에 당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노회찬이 노원 구청장에 나왔다면 당선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들 연구소를 세워서 지역의 지지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씨앗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열매를 거뒀을 터. 진보 정치의 기틀은 그런식으로 다지면 됐을 것을 엉뚱하게도 왜 서울 시장으로 나왔나? 선거라는 것이 정당 홍보하러 나오는 것인가.

과정에서 의미를 보여준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선거의 목적은 결국 당선이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는 저마다 정체성이 다른 정당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연대한 중대한 명분이 걸려있었다. 굵직한 공약들도 무상급식과 4대강 저지로 동일했다.

더군다나 진보신당 옹호론자들이 핏대 올리며 파쇼라고 비난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겠다. 한명숙 후보 캠프에 가서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하지만 민주당의 공약은 진보적이었다. 과감한 복지와 사람에게 투자하겠다는 슬로건이 거론되고 낭비되는 서울시 예산을 지자체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심지어는 기본소득과 비슷하게 서울 시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려는 정책도 고민하고 있었다. 솔직히 진보진영 안에서 민주당이 보수 기득권이라는 말만 듣다가 직접 보니 충격을 받았다. 어쨌거나 민주당 한명숙 후보 캠프에서는 그런 과정들을 통해 만들어낸 슬로건이 바로 <사람 특별시>였다. 더군다나 기본소득 정책은 진보신당도 내세우는 것 아닌가.

흙탕물 만들어 놓고 어찌 이리도 뻔뻔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엔 자신들이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이 연대를 망친 것 아닌가. 진보신당의 발전적 해체는 정당도 작고 탄생 또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권하지 않겠다. 문제가 있다고 쪼개지고 다시 만드는 과정이 반복되면 소모적인 악순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라도 진보신당이 다수의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중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실현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