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자취생 생존일기
저는 스물여섯 살의 남자이며 집에서 독립한지 벌써 삼 개월이 흘러갑니다. 추운 겨울날 방을 하나 얻고 생활비 십만 원만 들고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주어진 다른 돈은 전혀 없었으며 누구의 지원도 받지 않았습니다. 또한 직장도 없습니다. 당면한 목표는 알바라도 좋으니 부디 88만원 세대라도 되어보는 것. 그런데 벌써 이만큼이나 살아남았습니다.
이제, 아무런 대책도 없어 보이는 무모한 남자가 척박한 자본주의 사회를 헤쳐 나가는 생존의 현장을 공개합니다.
4월 1일 만우절에 이 포스팅을 시작하다니. 거짓말이면 좋겠지만 저는 오늘 딱 두 끼를 먹었습니다. 아침에 라면을 끓여서 밥을 말아먹고 점심은 건너뛰었습니다. 자, 저녁이 되어 힘을 내기 위해 위에 보시는 것처럼 밥 한 주걱에 물을 말아 영양분을 섭취했고요. 이로써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수분, 당질 그리고 미량의 다른 성분들이 해결되었습니다. 다만 비타민이 부족하니 이러한 식단으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군요.
원치 않았으나 삼월 달 후반기부터 이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장도보고 우유나 빵도 사먹고 식당도 들르곤 했습니다만 자금난에 봉착했습니다. 우선 이번 달 특별취재인 “이러니까 서울역에 청년노숙자들이…….”를 위해서 인력사무소에 다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독립할 무렵 공교롭게도 설 연휴가 끼어있어서 장기간 일을 못하고 십만 원은 금세 바닥이 났습니다. <오마이 뉴스>에 실린 기사들 덕분에 원고료가 나왔고 그동안 버틸 수 있었죠. 그러나 이번 달은 사정이 다릅니다. 앞에 언급된 특별기획 기사 때문에 다른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일력 사무소에만 매달렸는데 이 부분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바로 생활비가 나오는 자금의 출처를 한 군데로만 설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금출처는 불경기로 인해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었고요.
기사를 보신 분은 아시겠으나 입금체불 노동자들의 이야기죠. 저 또한 여기에 해당되고 만 것입니다. 이 기사를 위해 일용직 노동자분들과 함께 일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자료를 모았습니다. 덕분에 하수구 속(다음으로 전송된 기사에 달린 어느 독자님 지적을 보니 복개천이라고 하더군요)리얼한 현장을 담을 수 있었고요. 그러나 마찬가지로 저 또한 임금체불이 되었으며 다른 일을 하며 원고료를 적립하지 못한 이번 달은 재정에 구멍이 난 것이죠.
혼자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목표인 자취생들은 안정된 자금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한 평소에 가계부를 작성하여 계획적인 소비를 통해 식료품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도시인 이곳에서는 사냥도 할 수 없으며 식물을 채취하기도 어렵습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사야합니다. 물론 근처에 텃밭이 있다면 좋겠지만 재배에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 그런데 요즘 같은 불황에 어느 곳이 리스크가 없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드릴 수밖에 없군요. 리스크의 순위를 매겨 가장 낮은 곳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작년 말부터 건설사 위기론이 흘러나왔으니 지금 경제가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아무쪼록 어려운 시기에 긍정적인 생각을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인간의 생존이란 결국 어떻게 해서든 “살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6.25 이후 세대들이 겪어온 이야기를 떠올리며, 전쟁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처했던 상황을 되새기며 지금의 삶이 훨씬 풍요롭다는 것을 느낍니다. 너무 극적인 사례와 비교하는 것일 수는 있지만 부정적인 면만 보면 한없이 비참해지며 우울해 집니다. 결국 활동력도 떨어지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욕도 줄어드니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덧붙여 해당 기사가 나간 후 인력사무소를 운영하시는 독자님으로부터 쪽지가 왔음을 알립니다. 지적해주신 부분에 충분히 공감하오며 이 지면을 통해 독자님의 목소리를 알립니다.
직업소개소도 어렵다보니…….
본인은 20년간 직업소개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자님이 취재한 소개소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짐작은 갑니다. 다만 저희도 요즘 건설현장에서 인건비 체불이 최소 3개월 정도씩 밀려있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매일 매일 인건비를 지불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또한 현장 대신 매일매일 지불한 인건비를 현장이 어려워 떼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노동부에 고발해 보아도 천만 원 체불한 업자 고발해야 백만 원 정도 벌금 내면 그만입니다. 이런 약점 악용하고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악덕 업주도 있습니다. 결국 영세한 소개소가 제일 마지막으로 그 짐을 떠안습니다.
취재한 소개소도 아마 지금 굉장히 어려운 실정일 겁니다. 현장에서 돈은 나오지 않고 작업자는 돈 달라하고 심지어 여태까지 매일매일 돈 받고 하루, 이틀 치 소개소에서 받지 못해도 악덕업주로 몰아갑니다. 실컷 현장대신 대납하고 돈 떼여도 소개소 업주는 노동부에 고발도 못합니다. 제3자라고……. 기사는 공정성을 요합니다. 즉 중립성 말이지요. 지금 직업소개소 고통은 말이 아닙니다. 이점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건설 인력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잘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사실 인력 사무소는 수수료도 받고 일부 업주들이 비판적 언행을 보이는 노동자들에 대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한다더군요. 그럼에도 어렵고 궁핍한 노동자들과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인력 사무소가 위기를 잘 돌파하여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의견 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지적을 명심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