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느 나이트 클럽. 홀에 가득 찬 테이블마다 웨이터들의 손에 이끌려온 아가씨들이 남자들과 앉아있다. 무대 위를 제외하면 어두컴컴한 조명으로 이루어져 사진 촬영도 쉽지 않은 상황.
기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어느 나이트 클럽 종사자로부터 들은 제보 때문. DJ로 일한다는 그는 처음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기사를 써보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기자 : 그런 곳도 기사 거리가 있어요?
DJ : 있죠.
나이트 클럽에서 상당히 오래 일했다는 그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 시작했다. 듣고 나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대화 도중 잠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을 정도.
기자 : 그게 사실이에요?
DJ : 그럼요, 사실이죠. 여태 한 번도 안 가보신 것처럼 이야기하시네.
기자 : 억지로 한 번 가본 적은 있지만 시끄럽고 어지러워서 싫던데.
DJ : 그렇죠. 그것도 맞는 사람이나 가는 거지. 안 맞는 사람은 싫어하는 데니까. 한번 아무데나 가셔서, 기본안주만 시키시고 홀에 앉아서 둘러보세요. 다음에 또 이야기 하죠.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기자가 들른 곳에서도 DJ의 말처럼 끊임없이 부킹이 진행되고 있었다.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여자들이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왔다. 천천히 대화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왔다거나 그냥 심심해서 또는 친구에 의해 억지로 끌려왔다는 그녀들. 그러고 보니 저마다 한 명 이상의 일행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웨이터들의 손에 이끌려 서로 떨어진 채 문자로만 소통하고 있을 뿐. 심지어는 친구가 룸에 들어갔는데도 너무 오래 안 나온다며 걱정하는 여자까지 있었다. 대화가 끝난 후 일단 클럽을 나왔다.
기자 : 사람들이 그런데 왜 가는 거죠?
DJ : 가보셔서 알잖아요. 부킹하는 게 다 그 목적이지...
기자 : 다 부킹하려고 가는 건 아니겠죠.
DJ : 글쎄요... 그럴 수도 있겠죠 뭐.
기자 : 부킹이 잘 안 되면요?
DJ : (웃음)
그가 웃는 이유는 바로 일전에 말했던 내용, 즉 나이트 클럽에서 벌어진다는 일 때문이다.
DJ : 웨이터들이랑 친하면요, 골뱅이라고 해서 주는 거 있어요.
기자 : 골뱅이요?
DJ : 쉽게 말해서 여자들을 일부러 몇 바퀴 돌리면서 취하게 만든 다음에 던져주는 거죠. 그것도 다 방법이 있어요. 그냥 술만 주는 게 아니라 빨리 취하라고 별걸 다 타서 주죠. 정신 못 차릴 때 골뱅이처럼 그냥 파먹으면 된다는 뜻이지 뭐.
기자 : 그건... 범죄 아닌가요?
DJ : 음... 범죄죠.
조금 더 이야기 해주겠다며 그가 풀어 놓는 이야기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듣다보니 속이 울렁거려 잠시 자리를 비운 후 토하고 왔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말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 나이트 클럽이 밀집해 있는 어느 지역의 특정 업소를 알려주면서 돈을 받고 기사를 쓰게 해주겠다는 말로 설득했다. 사진도 잘 나오도록 손수 찍어주겠단다. 결국 나이트 클럽에서 주는 돈을 받고 원하는 형식으로 써 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기자: 이건 고발기사로 쓸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
DJ : 그렇게 해주세요. 그래야 우리도 장사가 되니까.
기자 : 그게 무슨 소리죠?
DJ : 세태고발 형식으로 써서 내보내면 그거 보고 손님들이 더 몰려온다니까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기자님은 돈도 벌고...
기자 : 그 돈... 저는 안 받습니다.
DJ : (놀라며) 왜요? 아니 왜?
기자 : 저 아직 젊어요.
실제로 그가 말해준 몇 가지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비슷한 형식으로 작성된 지난 기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막혀왔다. '세태고발을 가장한 홍보 기사...' '좋은 게 좋은 거죠, 기자님은 돈도 벌고...' 그의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던 그날 나는 잠들 때 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 날. 실제로 그런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있는지 한국 성폭력 상담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다. 상담소로부터 들은 답변에 의하면 피해 상담을 하면서 그런 것까지 구체적으로 취합하여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에 모르겠다는 말만 들었다. 조금 더 확인할 사항이 있었지만 피해자 신변과 상담내용은 모두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으며 통화를 끝내야 했다.
그렇다면 나이트 클럽의 홍보를 위해서 일부러 과장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DJ로부터 들은 증언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나이트 클럽의 주 수입원은 남자들이며 여자들은 돈을 별로 쓰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남자들을 자극하는 기사가 나가야 장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또 하나 제보를 받을 수 있었다.
나이트 클럽에 갔다가 정신을 잃은 여인과 성관계를 맺은 동영상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그런 동영상들은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퍼져 있었다.
제보자에 의하면 '골뱅이'를 원하는 손님들이 룸에서 일을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간혹 가다 모텔 등지로 데려가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것을 빌미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영상에는 여자들의 얼굴과 심지어는 이름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나이트 클럽에 갔다가 당한 피해를 고소까지 했던 여성이 있다고 들었으나 만나볼 수 없었다. 다른 업소 종사자에 따르면 대개의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나이트 클럽이 책임질 일은 없다고 한다. 워낙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가는 사람만 가고 안 맞는 사람은 안 가는 곳이라지만, 엄연히 이 땅의 밤 문화를 형성한다는 나이트 클럽. 그러나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