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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슈 잠재운 학교폭력, MB 위한 쇼?

굿럭쿄야 2012. 2. 20. 20:58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기사

극장가에서 범죄와의 전쟁이 흥행하고 있는 시기에 교육현장에서는 학교폭력과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언론들을 통해 학교폭력을 4월까지 근절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근절의 뜻은 어떤 일의 근원자체를 없앤다는 것으로, 학교폭력 근절이 4월까지 단기간 안에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만큼 경찰이 학교폭력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잡음도 만만치 않다.

청주 일진, 경찰이 조작?

심지어 학생 폭력조직인
일진회에 대한 조작사건 논란까지 일어났다. 오마이 뉴스는 19‘"너무 억울하다... 경찰이 '청주 일진' 조작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앞서 13중학교 일진회를 적발했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과잉수사 논란이 생겼고
, 오마이 뉴스 기자가 해당 중학교를 찾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 시작 당시 일부 학생들을 불러 모아 일진 다짐서에 서명하게 했으며 이후 서류에 관련된 학생들은 일진으로 지목됐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경찰이 발표한 일진 명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 가운데선 1974년 국가의 고문과 허위자백으로 조작된 인혁당 간첩사건을 떠올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경찰의 무리한 실적 수사로 인해 생겨난 논란이 아닌가 싶다.

학교폭력, 왜 이제야 전국민적 이슈?

너무나 오래도록 지속된 학교폭력 문제를 4월까지 근절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정말 무리한 발상이 아닌가 싶다. 10년이 넘은 일진회의 존재도 왜 이제야 부각되는지 생각해 보면 학교폭력의 이슈화를 되짚어 봐야 한다.

90년대에도 일진회의 존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학교폭력의 확산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라는 분석이 있다. 10년 넘도록 학교 폭력 문제에 집중해온 단체인 따돌림사회연구모임대표인 김경욱 교사는 시사IN 인터뷰를 통해 이런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기간 안에 효과를 올리려는 검거, 처벌 방침은 내놓지 않았다. 교사, 법률가, 정신과 의사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이고 독자적인 위원회의 구성과 교과부의 학교폭력 전담반을 예로 들었다.

현재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MB정권의 모습을 보면 단순한 전시행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환경과 구조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도 마찬가지다. 일진회 검거 움직임은 오히려 대통령과 정부가 경찰을 통한 실적 쌓기를 보여주기에 그치려는 모습으로 보여 씁쓸하기만 하다.

보수언론이 이슈화 시킨 학교폭력, MB 위기극복 위해?

어쩌면 갑자기 큰 이슈가 된 학교폭력 문제는 레임덕에 시달리는 MB정부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 정도로 학교폭력을 이슈화 시킨 것은 생각해보면 보수 언론들이었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보수언론사들의 기사는 그다지 큰 이슈들이 별로 없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꼼수다가 제기한 BBK 의혹들과 MB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들 및 10.26 부정선거 등이 오히려 네티즌들로부터 주목받고 있었다. 나꼼수로 인해 지난해 연말은 MB를 향한 각종 의혹들이 눈송이처럼 날리던 시기였다.

하지만 갑자기 A양 동영상 사건이 터지고 신성일 과거 고백 등 선정적인 주제들이 이슈로 떠올랐다. 그 와중에 선관위 디도스 사건은 단독범행이라는 자백이 나왔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을 보였고 많은 이들의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사진)해외 유력 일간지들이 보도할 정도로 '나꼼수'와 정봉주 전 의원 소식은 굉장한 이슈였다. 이때 보수언론은 학교폭력을 이슈화 시켰다. 대중의 관심은 점점 다른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국방위의 사망도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보다 더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은 나꼼수 구성원인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확정 소식이었다. (관련기사: 금주 최대 이슈 정봉주, '김정일 사망'도 눌렀다) 정 전의원의 소식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다음날이 1월 23일 여론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구 자살 중학생의 유서를 사진으로 특종 보도한 동아일보의 기사 ‘“부모님 죄송해요” 9개월의 괴롭힘 끝에2 소년의 유서는 모 포털 사이트에서 최고 인기 뉴스에 오르며 정 전의원 이슈를 압도했다.

이때부터 보수 언론들의 학교폭력 기사들은 무서울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물론 그 전에도 학교폭력 관련 기사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특집처럼 쏟아져 나온 것은 무언가 이상하다. 이 틈에 벤츠 여검사사건은 그대로 묻혔다. 사법부와 검찰 조직의 부정부패 고리를 파헤칠 계기가 될 대형 사건이 학교폭력 이슈 아래 흘러가 버렸다.

보수 언론이 앞 다퉈 쏟아낸 학교폭력 기사들 아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중요한 사건과 이슈들은 상당히 많다. 때문에 MB정권의 위기를 넘길 수단으로 학교폭력을 이슈화 시켰다는 의혹을 품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근절? MB 구원할 수 없을 것

학교폭력에 대한 자각이 그만큼 순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재 정부의 움직임이 거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분명한 사실은 만연한 학교폭력을 경찰력을 동원해도 4월까지 근절 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나설 정도가 됐지만 단기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지 않나?

학교폭력이 왜 발생하고 아이들이 왜 방황하는지, 청소년 문화의 부정적인 면들이 어떻게 생성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이 없는 범죄와의 전쟁식 대책은 결국 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노태우 정권이 민심을 결속시킬 목적으로 시행한 범죄와의 전쟁이 실패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