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든 것들 >/내가 쓴 책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벙커를 치즈 저장소로!

굿럭쿄야 2010. 3. 31. 11:00

대한민국 최초의 재기발랄 참여정치 서적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을 넘어 시민주권이 참여하는 도전, 변화는 가능할까?

 

 
  
소복이님이 그린 삽화. 원고마다 내용에 맞는 이런 삽화들이 독자의 재미를 더해준다.
ⓒ 느티나무 아래, 소복이
 

뭐라 할 말이 없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갑자기 받을 경우 드는 난감한 기분.

평등을 외치는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은 분명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공약이 좋고 진실성이 있다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러한가.

학력과 인맥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명성과 엄청난 선거자금이 대중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돈과 빽이 없으면 힘들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것은 정치란 권력을 가진 특정집단에 의해 굴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집단에 끼어들어 경쟁을 물리치고 대권승부를 위해 세력을 이끈다는 것! 이것을 과연 아무 소시민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점이야말로 지금의 선출제도, 즉 대의 민주주의는 평등한 기회마저도 짓밟는 혐오스런 삼류 코미디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기존 제도권 정치에 대한 반감과 무관심의 원인이 아닐까. 그러한 정치세력의 최고 대빵, 대통령이 된다는 건 얼마나 진부하고 재미없는 일인가?

그러나 정신 차리고 생각해 본다면, 고리타분한 현실을 부수고 재미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는 완성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더욱 행복하고 평등한 구조로 가는 과정 중 하나.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말해볼 수 있지 않겠나. (김현준, 가난뱅이들의 정치권력 도입부)

원고를 쓰기로 마음먹은 날, 처음 출판기획을 듣고 찬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치인이나 전문가들로 차별되는 엘리트 집단이 아닌, 실제 주권자인 우리 시민들이 원하는 국가, 그 비전을 말하고 싶었다. 이것은 깨어있는 시민주권과 참여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도전이었다.

과연, 평범한 당사자들이 원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란 무엇일까

 

정말로 책으로 엮을 수 있을 수준의 원고들이 모아질까. 걱정과 의문을 뒤로한 채 출판사의 기획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원고가 모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4월부터다.

EBS <지식채널e>를 연출했던 김진혁 PD,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 이화여대 국제정치 대학원 조기숙 교수 등이 심사를 맡았다. 이후 출판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린 만큼 책의 완성도는 깜짝 놀랄 정도다.

무엇보다 다수의 원고가 모여 저자 개인이 사유하는 제한적인 틀을 벗어난 점,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당사자인 시민들에 의해 제시되며 대안을 찾아가는 점들이 매력이다.

직업 정치인이 아닌 시민들의 참여정치가 실현되면 대한민국이 더 살기 좋아질지 모른다는 희망이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특히나 일반적으로 정치를 논하는 딱딱한 인문서적들과는 다르게 재기발랄한 상상과 정책들이 원고, 인터뷰, 만화, 잠깐상식 등으로 엮여 있어 독자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준다.

책의 중간 중간 전직 대통령들의 주요 사건들을 <만약...>이라는 가정 아래 만화로 넣은 부분들 역시 매력이다.
ⓒ 느티나무 아래, 소복이


대한민국 출판 역사 최초로 시민들이 완성한 정치 인문서적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은 역사나 사회에 대한 통찰을 얻거나 교양을 쌓기 위해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심심해서 시간 때우기로 읽어도 만족할 수 있는 최초의 정치 인문서적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의 참여정치와 주권회복을 위한 IT 정치구조,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서 기본소득 도입, 낡은 교육의 상징이된 학교의 창조적 소멸 등 <내가 만일...>이라는 가정은 톡톡 튀는 정책 공약을 담고 있다. 대안을 위해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돌아보거나 속 시원한 표현들까지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신간이니 서점에 들러 한번쯤 훑어보시길 권하면서, 보석 같은 원고들 가운데 내가 밑줄 친 일부분들로 글을 마칠까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정권만 바꿔 주면 경제를 살린다더니 관료들은 뭐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주절거리기만 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원래 부침이 심해서 기다리다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장난 하냐? (49P)

-정치지도자는 결정만 하면 되고 나머지 일들은 관료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는 건 개발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옛날 사고방식이다. (341P)

-향후 30년간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대통령이 바람직할까? 유권자와의 수평적 관계와 탈 권위라는 이상을 향해 가는 길에 작은 성공의 이정표를 놓을 수 있는 대통령이다. (213P)

-누군가 용기를 내서, 또는 누군가 부지런하게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분명 끄덕여 준다. 그리고 끄덕여 주는 이가 많아지는 만큼 우리 사회는 분명 더 나아지리라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78P)

 

출판을 축하한다며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 주신 선물...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Tㅅ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