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음란물 단속, 마이너리티 리포트 생각나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포스터.
모두가 도망쳐야될 어두운 미래의 모습이 펼쳐진다 / 자료 : 20세기 폭스
미래에 일어날 범죄를 예측해 예정된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수사기관. 이것은 범죄예방이라는 명분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구속하는 어두운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소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 영화는 2054년 워싱턴 D.C ‘범죄예방수사국’에서 초능력을 가진 예언자들이 목격한 미래를 근거로,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범죄의 범인들을 체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얼핏 들으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영화 속의 이야기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음란물 소지하면 미래의 성범죄자인가
대한민국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경찰이 성범죄 예방을 위해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순 소지 행위까지 대대적 단속에 나서면서 처벌까지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사람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관련 소식을 전한 기사는 큰 파장을 일으키며 네티즌들의 댓글들이 몰려 미디어 다음 인기기사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성폭행 및 성추행범들이나 잡으라고 XX들아”라는 내용이었다.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감을 나타낸 이 의견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대응을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밖에 “(만화) ‘짱구는 못 말려’에서 여자들 특정부위 흘겨보는데 그게 음란물이 아니여? 장난하냐? 미친놈들 아니여 이것들” “어린 아이돌 가수들 성적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추면 다잡아넣고 방송사도 처벌해라. 은교 상영한 영화관들 다 문 닫고 영화제작사와 감독도 다 처넣고 관람한 사람도 다 잡아넣어. 온 국민이 성범죄자 아니냐”는 의견들도 상당한 공감을 받았다.
태그 : 음란물 단속
성범죄 예방을 구실로 음란물 단속과 처벌 강화를 발표한 경찰
태그 : 음란물 단속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경찰이 무리하게 수사력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성범죄 예방을 이유로 음란물 단속에 동원된 경찰들의 수가 이미 천여명에 가깝다고도 한다.
천여명의 경찰들이 성범죄 예방을 위해 우범지대나 현장을 찾아 순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웹하드나 뒤적이고 있는 것인가.
더욱이 이번 경찰의 대응은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다. 우선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한다고 미래의 성범죄자가 된다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가정은 과학적인 증명도 거치지 않았다.
또한 네티즌들 가운데서는 “살인이나 절도와 달리 음란물은 보는 것 자체가 범죄라면 왜 수사관들은 덩달아 범죄를 저지르는가. 그들 역시 미래의 성범죄자인가”와 같은 비판도 제기 됐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가운데 / 자료 : 20세기 폭스
때문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영화 속의 범죄예방 수사관은 초능력으로 미리 예측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범죄의 예정된 범인들을 잡아들이는 것에 상당한 사명을 느끼고 살아간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 자료 : 20세기 폭스
범인으로 예정된 사람이 마음을 바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가능성 등 시스템의 논리적 오류를 무시하던 그는 결국 음모에 휘말려 스스로가 살인범으로 몰리는 희생자가 된다.
영화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넣으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층의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현실 속의 경찰 대응 역시 마찬가지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약점으로 파고들며 무고한 사람들의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해 처벌의 구실을 찾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그동안 정치적인 반대파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증거를 조작해 범법자로 몰거나 ‘인혁당’사건처럼 간첩으로 조작해 사법살인을 저지르는 등 수사기관의 신뢰에 큰 오점들을 역사에 남겨왔다.
그럼에도 국민의 꼭대기에 올라 사적인 자유까지 침범하려고 하니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질 않는다.
앞서 경찰은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와 배치되는 불심검문 부활을 선포했다가 반대여론에 시달린 바 있다. 그런데 이어진 대책은 한술 더 뜨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유신의 부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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