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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더 딴죽 라이브

한나라당이 정봉주 구속에 비판적인 이유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오마이 뉴스의 박정호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나라당 의원조차 비판한 정봉주 유죄 판결’ 이라는 글을 통해,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정봉주 전 의원이 왜 유죄인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이 의원이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 선고에 대해서 "그 판결을 잘 모르겠다. 정 전 의원이 얘기한 것 중에 어느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가 궁금하다, 국회의원들 모두가 물증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한다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파헤치던 정봉주 전 의원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고소와 고발을 외친 곳은 어느 정당인가? 과연 한나라당은 진심으로 정봉주 전 의원을 걱정하며 그가 옳다고 느낀단 말인가.

구속되는 정봉주 전 의원의 송별회에 모인 인파들(좌). 정봉주 전 의원과 부인 송지영씨, 나꼼수 맴버들(우)/이미지 출처-오마이 뉴스 

그럴 리가. 한나라당이 정봉주 정 의원의 유죄확정과 구속에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들에게 득 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정 전의원 지역구가 더 널리 알려지게 되고 이후 총선에서 그 지역은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 뻔하다.

여기에 대해 과거 선례를 한번 보자. 참여정부 실세로 불리던 강원도지사 이광재를 벌써 잊으셨는가. 당시 법원에서 박연차 게이트로 유죄 판결이 나서 이광재씨가 도지사 직을 상실하자 열 받아서 도민들이 어떻게 했나? 다시 야당 찍어줬다. 그래서 당선된 사람이 최문순 도지사다.

당시 MBC 앵커에 사장 출신으로 막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엄기영씨 조차 한나라당 후보로 맞섰으나 역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민심의 흐름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정의를 찾다 ‘희생된 모습’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서는 당연히 그를 걱정하는 척 편드는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 전 의원의 구속은 반드시 역풍을 불러올 것이다. BBK는 다시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되었다. 서울대 처럼 '나꼼수'의 영향을 받은 시국선언도 이어질 것이다. 미국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며 그동안 밝혀진 정황들도 대단한 것들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입장에선 이런 상황까지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가 감옥에 가서 입을 다물길 바란 사람은 누구일까. 정 전 의원에 의해 파헤침 당하던 BBK 사건의 주범이 아닐까?

사진) 영화 의뢰인의 한 장면/ ⓒ청년필름

혹시 올해 흥행했던 ‘의뢰인’이라는 영화를 보셨는가.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에서 검찰은 정황만으로 용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려 한다. 살인이 이루어졌다는 결정적 증거인 시신이 없었지만, 사건현장에는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출혈이 있었다. 이것에 관해서 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강력한 정황만으로도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우리는 지금 강력한 정황만이 아니라 결정적인 것들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또한 양심과 정의를 법정 밖에서 찾아야 한다면 사법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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