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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 ~2010 >/아웃 포커스

천안함과 선거 게임


3월 26일 천안함 참사가 발생한 이후 지방선거 투표일이 다가오는 시기에 발표된 침몰원인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하고 있다. 북한의 소행으로 함정이 침몰했다는 조사단의 주장에 대해 근거로 제시된 대표적 사례인 '1번' 기호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역시나 많았다. 바닷물 속에 두 달 가까이 잠겨있던 잉크 성분이 그대로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강한 유속 때문에 침몰한 함체마저 떠내려가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상황을 예로 들며 과연 그것이 천안함을 격침시킨 어뢰의 파편이 맞는가하는 의문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애초 발표들과는 거리가 있는 조사 결과를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북한은 결백을 주장하며 공식 조사단 파견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살인범이 현장을 검증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부 의사를 내비친 오늘, 과연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살인사건을 예로 들어 천안함 참사를 설명한다면 조사결과의 증거로서 제시된 어뢰 파편이 증거로서 강력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공사장 근처에서 누군가 둔기에 의해 살해됐다고 치자. 그런데 사건현장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지문이 묻은 쇠파이프가 발견됐다. 경찰은 분석결과 사체 두골에 형성된 상흔과 쇠파이프의 두께가 일치하며 지문으로 미루어 공사장에서 일하는 이모씨의 범행이 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근거로서 사체 주변에 찍힌 이씨의 족적 또한 제시된다.

그러나 여기엔 오점이 있다. 쇠파이프가 사건현장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같은 종류의 것이 널려있다는 점. 그리고 공사장에서 일하는 이씨는 쇠파이프 운반을 위해 현장을 자연스럽게 드나들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경찰은 이씨의 알리바이를 추궁하고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지 못하면 그를 범인으로 구속할 수 없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도 지형적으로 가까운 북한의 어뢰파편이 유속에 휩쓸려 떠 내려왔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잠수함은 어뢰로 훈련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범인으로 지목된 북한 잠수함의 이동경로, 즉 알리바이는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 모든 추정은 사건에서 증거가 되지 못한다.

북한의 공격이라는 주장에 대해 제시된 증거들이 과연 강력한 구속력이 있는가에 대해서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지금, 조사단 파견의 거부는 또 다른 의문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


6.2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역 앞 차없는 거리. 
    천안함 사건 이후 한나라당 선거운동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단결된 태극기가 등장하고 있다. 

ⓒ 오마이 뉴스 선대식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전함이 침몰하여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 참사가 어째서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들의 설전에 사용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어뢰 파편에 새겨진 '1번' 기호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목숨들이 희생된 대형 참사가 혹시라도 선거를 위한 거짓말 게임으로 전락하게된 것은 아닐까.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민주당은 북한을 비호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식과 논리를 통해 정당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

더불어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면전쟁 위기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생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가 정당하지 못한 게임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국민들 역시 이에 대한 심판을 내려야한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전쟁위협은 더욱 따스한 세상을 꿈꾸며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들을 향한 뻔뻔한 협박이다.

책임을 회피하고 권력 강화를 위해 공포로 지배하려는 옳지 못한 수단은 패배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사회라는 공간에서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