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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더 딴죽 라이브

조직된 시민참여로 시작된 실험 -민주통합당 선출대회가 가진 의미들

시민참여로 인한 민주주의 실험

이번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선출은 MB정부 출범 초기부터 촛불집회를 통해 제기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향한 실험이었다. 실제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 개표결과 시민 선거인단이 637799명으로 가장 많은 참여를 보였다. 당원은 127920(16.3%), 당 대의원 21000(2.7%) 순이었다. 전체 786000여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일반 시민 선거인단의 비율이 80%를 넘는다.

선거가 막판으로 향할수록 시민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무슨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싫고 민주당도 싫다는 시민들의 대거 참여가 어떤 이변을 부를지 모른다는 분석이었다. 때문에 진보신당 출신의 박용진 후보나 시민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이학영 후보의 지도부 입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애초 여론조사 결과대로 한명숙 후보가 대표에, 문성근 후보와 박영선 후보가 각 16.68%15.74%의 득표율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어 박지원(11.97%), 이인영(9.99%), 김부겸(8.09%)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하며 진보, 시민사회 세력은 떨어졌다.

이번 선거 득표율을 분석해 보면 대중은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을 중점으로, 당원과 대의원들은 기존에 민주당과 관련이 높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득표율을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지역 현장 투표에서 이학영 후보는 3559, 박용진 후보는 가장 적은 1282표를 얻었다. 대의원 투표에서는 시민단체 출신으로 정당정치와 관련이 없는 이학영 후보가 2067표였던 반면, 진보정당 출신의 박용진 후보는 795표로 꼴등이었다.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출신 후보들은 당비를 내는 당원들과 대의원들에겐 거의 무시당했다.


시민사회의 도전, 아쉬움 또는 긍정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이번 선거가 대중이 참여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험인 것은 맞지만, 일각에서는 진보로의 노선 전환이 성공적이지만은 못하다는 평가도 내리는 분위기다.민란을 외치며 시민들과 민주당을 점령하겠다던 문성근 후보가 2위 득표율을 보였으니 나름 선전했다고 박수칠만 한가. 

사실 모바일 선거로 대중 참여의 폭을 넓히자는 이야기와 그 범위에 대한 논의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히틀러에 비견될 정도의 업적을 이룬 가카 때문에, 시민의 권리가 위협받는 처참한 시국덕분에 참여의 가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큰 야당이 위와 같은 민주주의 실험을 시도하기까지 무려 4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결국 기존 정치세력들이 그동안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고자 역사를 거스르는 반동을 취해왔음에 대한 방증은 아닐까. 시민들이 참여하는 이러한 방식의 선거는 돈 봉투도 돌릴 수 없고 세력과시를 통한 당선도 힘들다.

또 인지도가 있는 후보들이 주로 선전했다는 사실은 경계해야 한다
. 그 인지도는 누가 만들었나. 대부분은 매체 등의 기득권이 만들었다. 매체를 통해 대중의 프레임이 정리되는 부작용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이 가진 의미


언론은 한명숙, 문성근 두 사람의 1, 2위 성적을 두고 이번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을 친노 인사들의 약진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고민했던 사람들을 재평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여당과 정부다. 경제 파탄과 정치적 무능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을 규정하던 그들 스스로 경제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방에서도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일 사망도 뉴스보고 알았다니 말 다한 거 아닌가. 결국 친노 세력의 부활은 시민들이 MB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민심의 상징이다.

또 정봉주 전 의원과
BBK 저격수로 나섰던 박영선 최고위원의 등장으로 가카의 비리에 대한 철저한 재조명을 원하는 민심도 반영됐다 할 수 있다. 이제 민주통합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해찬 전 총리는 시사인과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새로 출범한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올바른 공천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2013년 이후의 비전인 민생과 평화라는 화두를 정책적으로 다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통합당이 우선시해야 될,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여론이 무엇인지 파악해 실천하는 자세다.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민주통합당은 소위 흥행 대박을 이뤘다. 시민들의 선거인단 참여 과정에서 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을 앞지르기도 했다.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한 시민들은 이후 총선과 대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 관심을 실망으로 돌린다면 예전과 같은 민주당으로 회귀해 민심의 버림을 받고 역사의 죄인들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