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청명한 가을, 혹시나 우울증 걸리진 않으셨나요? 이맘때가 되면 유난히 외롭고, 쓸쓸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뭔가 텅~빈 듯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사실 가을엔 태양 빛이 눈 속 깊이까지 들어와 안구 뒷부분의 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바로 그 신경이 쓸쓸하고 허전한 느낌이 커지도록 하는 부분이라지요. 여기에 더불어서 끝이 안 보이는 경제난, 그리고 추석 이후로 올린다고 했었던 공공요금 생각에 전등 하나 켜놓는 것도 바들바들 떨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명박의 존재로 인한 국민 사기 저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은행이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투자한 수백조원의 투자금 회수가 얼마나 될 수 있을지 불분명 한 것은 물론이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산업은행 투자은행화의 일환으로 리먼 인수를 추진하며 IMF 시즌 2를 연출할 뻔한 이 무능한 정권. 아~ 어찌해야 할까요.
쥐새끼
“쥐새끼를 때려잡자!” 올 상반기를 강타한 이 하나의 구호만 분석해 봐도 우리 국민들이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는 선견지명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쥐새끼란 무엇입니까? 무슬림에선 사악하고 부도덕한 짐승이라고 한다지요. 작물과 집안에 해를 끼치고 불결하여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병에 걸려 죽기도 하므로 기필코 박멸해야할 대상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쥐새끼가 조그맣고 보잘 것 없이 생겼어도 결코 만만히 볼 것이 아닙니다. 이유인즉슨 쥐 한 마리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각종 해충들 때문이죠. 이놈들은 쥐님을 추종하여 함께 몰려다니면서 온갖 사악한 짓은 다 저지른답니다. 쥐를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잘못 건드렸다간 쥐벼룩에게 물려 ‘쯔쯔가무시’라는 병에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이 쯔쯔가무시라는 병은 우연찮게도 일본에서 첫 환자가 발견된 제 3종 법정 전염병이랍니다. 쯔쯔가무시가 일본말로 ‘진드기 유충’이라는 뜻이죠. 이것에 감염될 경우 장기간의 휴식과 함께 주사 등의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고열과 합병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답니다. 아마도 우리 국민들은, 쥐새끼라는 상징으로 부패한 친일 매국노 일당들을 지칭하면서 작금의 무기력과 촛불 휴지기까지 예견하지 않았나 싶군요. 이건 집단지성을 이루던 대중의 무의식이 신비한 예지력을 통해 특정 단어의 함축적 의미를 공유한 경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죽지 않아
앞서서 우울증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만, 사실 제 스스로가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태양 아래 사막뿐인 곳을 힘겹게 지나가고 있는 느낌. 누군가 옆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은 하는데 그 사람이 혼자서 낙타를 타고 물을 마시며 낄낄거리는 희대의 사기꾼 날강도라면 과연 속이 열불로 타들어가지 않겠습니까? 뭐, 정부 관리인 강만수 같은 자가 걱정할 것 없다고 한다 치더라도 그는 이미 98년 협상 팀을 이끌면서 IMF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던 자 아닙니까. IMF 구조조정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치명적인 국부유출은 물론, 대량실직과 가정파탄 그리고 자살률의 증가. 제가 우울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난 IMF 시절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당시 저희 집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다가 가족 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했었거든요. 우연히 발견한 제가 간신히 살려낸 가족인데. 그때 죽겠다던 사람이 또 다시 그 고생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 표현 못할 악몽. 이명박 정권의 경제실책과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어느 분이 블로그에 올리신 다음과 같은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 고위관료들이나 특히 경제관료, 금융계 고위인사들은 자녀들이 미국국적을 갖고 있는 등 거의 한국인이라고 볼 수 없는 자들이 다수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어떤 종류의 '상식적인' 애국심을 요구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이 단순한 노파심이길 바라지만 왜 자꾸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 이것은 한편으론 이명박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상식으로 말이지요. 아시겠지만 인간은 상식과 이성으로 통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선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때문에 스릴러나 공포영화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악당-예컨대, ‘싸이코패스’ 등-이 출몰하지요).
참세상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리먼 등 투자로 600억 원 손실에 이어 모기지 투자로 500억 원을 몽땅 날렸음에도 정부는 올 해 안으로 10조 원 이상을 주식시장에 더 투자하고, 내년에는 국민연금기금의 29%인 약 80조 원을 주식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12년까지 예상 연기금 총액 420조 원 중 40%인 160조원을 주식에 투자하겠다 밝히기도 했다네요.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까? 그게 자기들 돈입니까? 어처구니가 없을 뿐입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자 어처구니없는 일의 연속입니다. 왜 서민들이 희생해야 합니까? 그것도 부자들을 위해서? 이럴 때일수록, 절대 긴장의 끈을 놓아서도, 포기해서도 안 되겠습니다. 지난 IMF도 걱정 없다는 말만 듣다가 뒤통수 맞으면서 당했는데, 누군가는 되살아나려는 이 미친 불도저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산 ‘쯔쯔가무시’ 따위에 죽을 수야 없지요. 기운을 차리고 힘을 냅시다. 가을은 해충 박멸의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