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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영화

<유어 프렌즈> 삶 속에 존재하는 친구와의 시간

 

이 영화는 국내에도 출판된 <친구가 되기 5분 전>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친구'라는 의미와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소설입니다. 영화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에미와 유카를 주인공으로 주변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함께 담아내고 있군요.

"전 모두는 믿지 않아요. 소중한 사람만 있으면 되요."

작가이자 리포터인 나카하라는 취재를 위해 프리 스쿨을 찾아갑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대안학교인 이곳엔 에미라는 여성이 선생님으로 자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해서 절룩거리며 걷기는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무척 경계하면서 무뚝뚝하게 대하는 여성이죠. 나카하라는 그녀와 어떻게 해서든 친해지려 노력합니다.

"잊어버릴 추억이라면, 만들지 않는 편이 좋아."

쉽게 마을을 열지 않으려는 에미. 하지만 나카하라는 그녀가 따뜻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처받지 않으려고 단단한 갑옷을 걸치고 있음을 알게 되죠.

 

 
  
나카하라와 에미. 영화는 학창시절 친구와의 추억과 현재의 사랑이 공존하며 이야기를 진행 시켜간다.
ⓒ 위드 시네마

 

나카하라는 하늘, 아니 그 위에 떠있는 구름을 유난히 좋아하는 에미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그녀의 마음에 노크를 합니다. 나카하라의 사진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에미는 그녀의 삶 한가운데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어릴 적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지요.

어릴 때부터 다리가 불편해 친구가 없었던 에미.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단짝이 되어준 유카. 사실 유카는 병이 있어서 에미보다도 몸이 좋지 않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다리가 불편한 에미가 유카를 부축해서 양호실에 대려다 줄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작위적이거나 슬프기만 한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는 에미와 유카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우정과 고민까지도 함께 다루며 다양한 재미를 이끌어 내고 있죠.

또한 남자아이들의 우정도 나옵니다. 때문에 여자, 남자 관객 모두 지난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있어서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웃음보를 터지게 만드는 힘이 있더군요. 영화를 보시다보면 몇 군데서 본인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하는 웃음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일상의 평범함에서 재미를 이끌어 낼 줄 아는 비범한 능력이 있더군요.

두 여성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솔직하고 대담하게 풀어냈던 <걸 프렌드>의 히로키 류이치 감독. 그는 이번 작품 <유어 프렌즈>에서 동성 친구간의 '우정'과 '배려'를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으로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원작 소설을 읽고 오늘날 점점 사라져가는 진정한 친구의 존재와 우정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게 됐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있니?>라고 묻곤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대화를 나눌 상대마저 없어져 버린 것 같이 느껴집니다. 모두들 친구들은 있지만, 왠지 진정한 친구는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제는 이런 질문도 더 이상 하지 않고, 물어봐도 <진정한 친구란 게 뭐야?>라고 되물을지 모릅니다.

요즘 사람들은 혼자서 게임을 하면서 놀아도 외롭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것입니다. 물론 그건 저도 그렇고 저를 포함한 모든 어른들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에는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여러  가지 만남과 이별이 있고, 친구 때문에 울기도 하고...즉 커뮤니케이션으로 휘감긴 이야기가 응집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의 문제-관계의 단절, 개인주의적 쾌감과 고립이 만들어 내는 문제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 해소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요. 학창 시절 느꼈던 감정들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서 상영시간 내내 공감하며 자연스레 몰입이 되더군요.

때문에 이 영화는 이미 사회로 나온 어른들은 물론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적극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문무과학성이 추천할 정도였는데 경쟁과 주입식 교육에 찌들어 친구와 마음껏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도 꼭 봐야할 영화랄까요.

사실 에미와 유카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서로에 대한 배려 덕분입니다. 언제나 서로의 보폭에 맞추어 같은 속도로 걸어주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단짝이 될 수 있었거든요. 다리가 불편해 느릿하게 걸어가는 에미를 제쳐두고 자랑하듯 앞서 달려가는 아이들. 그 가운데서도 유카는 느린 에미의 걸음에 보폭을 맞추며 같이 걸어줍니다. 때문에 둘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게 되고 인생의 중요한 시간 동안 함께 추억을 공유하게 되지요.

 

 
  
어린 유카와 에미. 유카는 에미와 늘 함게 있고 싶지만 신장이 약해 학교를 자주 쉬게 된다. 더군다나 자랄 수록 병이 악화되자 추억만 남기고 에미를 떠나게 될까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 위드 시네마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유카와 에미가 이별하는 장면은 굉장히 슬픕니다. 어떠한 식으로 이별을 하는지는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에 이르자 시사회에 참여한 제 주변의 모든 기자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말씀 드릴 수 있겠군요.

국내에는 3월 5일 개봉이지만 제 10회 서울 국제 청소년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성장 드라마와 잔잔한 로맨스가 함께 어우러진 이 영화는 2008년 홍콩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 된 후, 제 10회 우디네 극동 영화제에서 일본영화 최고 영화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의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 여성이 친구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부분들을 매우 완성도 높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사회생활 속에서 친구와의 기억이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후련하게 펑펑 울고 싶으신 분들, 또는 미숙했던 청춘의 추억을 마주보며 한바탕 웃고 싶으신 분들은 꼭 보세요.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