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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newstrend report

나꼼수 비키니 혹은 코피 논란은 "따봉!"

요즘 나꼼수 팬들과 미권스 등은 물론이고 진보진영 사이에서 비키니는 어느새 ‘따봉’이 돼가고 있다. ‘비키니 논란’이 아니라 ‘코피 논란’으로 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비판도 있을 만큼 일련의 사건들이 불러일으키고 만들어가는 파장은 크다.

왜 ‘나꼼수 비키니 시위 논란’(혹은 코피 논란)이 ‘따봉’인가. 오래전 어느 오렌지주스 TV광고가 ‘따봉’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국민적 화제가 된 일화는 유명하다. 오렌지 농장으로 지프차를 타고 도착한 사람들이 과일 맛을 보더니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를 치켜들며 외친 ‘따봉!’. 광고는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낸 그 광고가 역사상 최악의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사진)따봉 광고 화면

지금도 ‘따봉’이라는 광고로 알려진 브랜드가 어느 회사의 것인지, 어떤 제품인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잊혀지고 엉뚱한 것만 화제가 되면서 ‘따봉’은 마케터들이 피해야할 최악의 광고 모범사례로 자리 잡았다.

비키니 논란도 마찬가지다.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볼 수밖에 없는 충격파를 일으키고 그것을 또 보수 언론들이 재생산하고, 또 진보진영 내부 비판까지 거치며 ‘정봉주 구하기’는 ‘따봉’이 돼 버렸다.

이 상황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비키니 시위를 보고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나도 많이 불쾌하고 당황스러웠다. 비키니는 그렇다 쳐도 속옷만 입고 가슴 부위만 부각시킨 컷들은 개인적으로 많이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서 ‘저럴 수도 있구나’하면서 넘겼을 뿐이지. 큰 문제로 삼고 싶진 않았다. 내 취향에 불쾌하게 느껴져도, 정작 표현을 한 당사자들의 의사도 중요한 거 아닌가.

그러나 불쾌한 감정을 그냥 넘기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나꼼수 맴버들의 ‘코피’같은 발언들도 문제 됐다. 진보성향 여성카페들의 ‘나꼼수 비판’ 성명 소식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6일 인기기사 순위 2위와 8위에 올랐다. 다음날도 관련 기사가 인기 순위 안에 들어왔다.

사진)'소울 드레서'등 삼국카페 공동 성명서

공지영 소설가나 진보성향 여성카페 회원들, 다른 여성주의자들의 지적들은 물론 타당하다. 진보진영 남성들의 마초이즘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라는 지적도 맞다. 경향신문은 마초이즘이 “1980년대 운동권 남성중심주의 비판과도 맥이 닿는다”는 권인숙 명지대 교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진보진영 내에서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이나 수단 정도로 여기거나, 존중하지 않는 문제가 오래도록 존재해 왔다는 지적이고, 그래서 더 큰 불쾌감과 반발심 등이 생길 만한 사건이다. 때문에 그들 또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존중해 줘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지금 논점이 흐려진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성명서를 발표한 ‘삼국카페’는 공식적으로 ‘나꼼수’에 대해 지지를 철회했다.

사진)미권스 회원님이 올려주신 정 전의원 답신

더 안타까운 소식은 감옥에 갇힌 정봉주 전 의원에게 항의 편지까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갇혀 있는 자신이 전능자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쏟아지는 비난들이 너무 버겁다는 식으로 한탄했다.

정 전 의원은 미권스 카페 회원의 편지 답장을 통해 “하루에도 불안감과 안정감이 수십번씩 가슴에 오가는 아주 힘든 적응의 싸움을 하고 있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미안하니까 그냥 ‘잘 있는다’고 하는 거죠”라며 “총선하나 보고 4년을 참아왔는데 어떻게 도인처럼 허허 웃으며 앉아있나요”라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진보진영의 완벽주의와 절대주의가 보이는 것만 같다. 독일철학에서 유래한 절대주의가 일제시대를 거치며 계승돼 온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절대주의는 ‘진보는 이래야 한다’는 프레임을 생성하며, 주로 수꼴들의 공격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래서 진보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레스토랑에 가도 안 되고, 명품처럼 비싼 물건 사도 안 되고, 항상 가난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라면, 사람이 실수도 하고 늘 만족스럽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좀 인정했으면 싶다. 불완전한 존재들이기에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절대적 정답을 구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상황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끌어안으면서 연대는 계속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문제를 당장 뜯어 고치기보다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조금씩 노력해가자는 말이다.

진보진영 마초이즘이 어제 오늘 일 아니라는 지적도, 우리가 지금까지 같이 뭉쳐서 험한 산 여러 번 넘어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시각을 조금 바꿔보면 이 정도로 심각하게 흘러갈 일은 아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