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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trend report]/영화

일본에서 흥행한 반자본주의 작품? 라이어 게임 두 번째 극장판 '재생'

라이어 게임 두 번째 극장판 재생

카이타니 시노부의 만화 ‘라이어 게임’은 후지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이면서 극장판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다(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예전에 관련기사를 썼던 것이 있어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일부분 인용하겠다).

첫번째 극장한 ‘파이널 스테이지’는 2009년 개봉 당시 24억엔에 육박하는 흥행을 거뒀다.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두 번째 극장판 ‘재생’이 국내 매니아들 가운데서 화제가 되고 있다.


원작 소개 : 거짓말쟁이가 이기는 게임?

여기, 참가자 전원이 인생을 걸고 서로를 속임과 동시에 상대의 거짓말을 알아내어 승자가 되는 위험한 놀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라이어 게임’. 패자가 되면 엄청난 빚더미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의 처분을 기다리게 된다.

후지 TV 드라마 라이어 게임 캡처

그러나 승자가 되면 거액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 평소 생활고에 쪼들리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게임에 도전하지만 빚은 점점 늘어가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불안에 휩싸여 간다. 이들은 과연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작품은 교묘한 심리게임과 위험한 도박에 정면 승부를 펼치는 군상들을 통해 인간의 선악을 파헤치며 독자를 흥분으로 몰아간다. 세상물정 모르는 여학생에게 배달된 소포. 그 안에 담긴 거액의 현찰 더미. 일단 상자를 열어버리면 무조건 참가자가 되어 원치 않는 게임을 해야만 하는 상황.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거짓말로 게임 상대를 속여 돈을 가로채 오는 것. 돈이 많은 쪽이 승리하며 그것은 곧 상금이 된다.

라이어 게임 14권 표지. 학산 문화사

문제는 졸지에 참가자가 되어버린 여주인공. 그녀는 거짓말은 잘 하지도 못하는데다 순진하기까지 하다. 주어진 돈 전부를 금세 상대에게 빼앗겨 버린다. 게임을 진행하는 사무국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인데다가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할 것을 통보하며 주인공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절망에 빠진 그녀 앞에 나타난 의문의 청년. 일본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꾼들을 한수 위의 사기로 멋지게 속여 화제가 되었던 인물. 거짓말의 고수인 그가 그녀를 도와주기 시작하는데. 서로를 속이는 게임에서, 그녀는 그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라이어 게임은 타인에게 속아 절망에 빠진 순진한 사람이, 또 다시 타인을 믿는 희망으로 출발하는 작품이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과연 인간은 선한 동물일까. 참가자들은 이익을 위해 상대를 속여야 한다. 그것이 게임의 법칙. 수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짓밟은 극소수만이 상금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후지 TV 드라마 라이어 게임 캡처

당연히 패자들이 양산되고 절망이 퍼진다. 하지만 사무국이 선심 쓰듯 개최한 패자부활전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다시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잘 될 거야! 참가자들의 교묘한 거짓말과 심리전도 다시 불을 뿜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속이는 복마전은 패자의 수만을 압도적으로 불려놓고.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시작했던 게임은 결국 더 이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사람들을 몰아넣는다. 그들의 가슴에 남겨진 또 하나의 상처는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깊은 불신이었다. (오마이 뉴스 2009.09.13. 본인 작성 기사)

라이어 게임에서 이기는 비결은 진실신뢰그리고 협력

원작 만화와 드라마, 영화들이 자본주의 경쟁시대에 관한 은유라는 것은 분명하다. 원작이 발표되고 화제가 된지 몇 년이 지나서도 극장판 속편이 제작되는 배경에는, 작품이 이처럼 시대상을 반영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라이어 게임이 전하는 메시지가 사람을 깨우쳐주는 힘이 있다는 부분이다. 소수의 승자가 다수의 패자를 양산하는 잔인한 게임의 구조를 전복시키는 도전. 가진 것 없고 악해지기 쉬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각성해 생각을 바꾸고 힘을 모으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감정과 논리로 이해시키는 작품이 라이어 게임이다.

원작 만화에서 주인공은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이 라이어 게임은 거짓말쟁이가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셨죠? 저는 아니라고 봐요. 라이어 게임이란 사실……. 거짓말을 해서 이기고 싶다는 욕망을 극복하고, 정직해질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정직해지면 되는 거예요. 그게 더 이득이에요. 그러면 모두가 살 수 있어요.”

소수의 승자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의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라이어 게임의 논리는 사실 간단하면서도 실제로 입증된 실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1980년대 미국 수학심리학자 아나톨 래퍼포트(Anatol Rapoport)가 증명한 팃 포 텟(Tit for tat) 이론이다.

미국에서 실제 실험으로 증명된 라이어 게임의 논리
 
당시 미시건 대학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가 라이어 게임과 비슷한 방식의 토너먼트 게임을 개최한 적이 있다. ‘반복 죄수의 딜레마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은 참가자들에게 일단 10개의 칩을 나눠주면 시작한다.

영화 라이어 게임 재생, 스틸컷

이후 두 사람씩 OX 게임을 벌이게 만드는데 주최 측의 칩 4개와 참가자의 칩 1개씩 총 6개의 칩이 배팅된다. 이때 게임을 벌이는 두 사람이 협력해 O를 제시하면 주최 측이 패하면서 참가자 두 사람이 각3개씩 칩을 나눠 갖는다.

하지만 둘 가운에 한 사람이 X를 낼 경우엔 결과가 달라진다. 배팅된 6개의 칩 모두 X를 낸 사람이 가져가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X를 내면 게임은 무효다. 참고로 일정 시점마다 주최 측에 칩을 세금처럼 지불해야 하므로 계속 무효를 만들면 지게 된다.

서로 협력하기만 하면 칩을 무한대로 얻어 부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승리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속고 속이는 복마전 속에서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이때 아나톨 래퍼포트의 팃 포 텟 전략이 등장한다. 이것은 일종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전략으로, 처음에는 무조건 협력한 후 다음 게임부터는 상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단순한 방법이다. 그는 이 전략으로 게임에 참가한 다수의 파트너들과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됐다. (참고 : 두 얼굴의 네이버,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반전 스릴러

라이어 게임은 인간성에 대한 분석은 물론 치밀한 트릭과 전개로 독자의 호흡을 빠르게 하는 만화다. 원작이 뛰어나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역시 트릭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완성도가 보장되는 편이다.


이번 극장판 재생의 경우 전작과 드라마에서 반복돼 온 익숙한 전개를 극복하기 위해 놀랍게도 극 중반에 커다란 반전이 위치한다. 이후 쏟아지는 반전들은 속도감 있는 시리즈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개봉 당시 21억엔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히트했다.

특히 원작 애피소드 가운데 트릭의 난이도가 높은 의자놀이를 소재로 하고 있는 점과, 토다 에리카 대신 등장한 여주인공 타베 미카코의 연기와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새롭게 대가온다.